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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4월 3일 14:3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김규리 기자] SK그룹이 지난 10년간 자원개발을 중심으로 구축해온 해외 지역 투자 거점을 잇따라 정리하고 있다. 중남미 콘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SK라틴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에 이어 중동·북아프리카 투자법인도 정리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그동안 유지해온 신흥시장 중심의 거점형 투자 전략이 인공지능(AI)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전면적인 수정에 들어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SK)
자원개발 전진기지 접고…미국 AI 허브에 집중
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이 2015년부터 중남미 지역 투자 구심체로 운영해온 SK라틴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의 보유 지분을 전량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SK라틴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는 △
SK텔레콤(017670)(32.1%) △
SK이노베이션(096770)(25.6%) △
SK(003600)(11.54%) 등이 2012년 출자해 설립한 곳이다.
비슷한 시기 중동·북아프리카 진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SK MENA 인베스트먼트도 정리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두 법인 모두 SK그룹이 2010년대 신흥시장 공략 전략을 본격화하던 시기에 구축한 지역 컨트롤타워다. SK라틴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는 SK이노베이션이 페루 카미시아 유전에서 일 4만4000배럴 규모 원유를 생산하는 등 남미 자원시장 확장 전략과 맞물려 운영된 핵심 거점이다. SK MENA 인베스트먼트 또한 SK텔레콤을 주축으로 당시 국내 통신시장에서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해외에서 사업기회를 찾기 위해 도전장을 낸 지역이다. 당시 그룹 차원에서 중국 이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지역을 찾으려는 '포스트 차이나'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했던 곳이다.
그러나 최근 그룹의 미래 전략이 AI와 반도체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두 거점 모두 전략적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K라틴아메리카 인베스트먼트 최대 주주인 SK텔레콤은 2012년 142억원을 출자했지만 이번 청산 과정에서 회수한 금액은 14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자원개발 중심의 지역 거점 전략이 사실상 종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그룹 관걔자눈 <IB토마토>에 "그룹이 추진하는 리밸런싱의 일환"이라며 "글로벌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자원을 따라 지역을 선택하던 방식은 AI 전환 이후 전략적 효용이 크게 낮아졌다"며 "동남아에 이어 중남미와 중동까지 법인을 진출했으나 그룹의 해외 전략이 AI 중심으로 북미 지역에 집중되면서 거점 법인들의 청산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미국 AI 컴퍼니에 계열사 출자 지원…투자 지형도 북미로 이동
비워진 해외 거점의 무게중심은 북미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특히 최태원 그룹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AI 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서 최 회장은 그룹이 석유화학 → 이동통신 → 반도체로 세 차례의 퀀텀 점프를 한 데 이번에 AI를 앞세워 네 번째 도약에 나서겠다고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해외 법인 청산 등 리밸런싱을 속도감 있게 진행하는 동시에, 오는 2030년까지 AI와 반도체 분야에 집중적으로 8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의 중심에는
SK하이닉스(000660)가 100억달러(15조원)를 출자해 설립 중인 미국 AI 법인이 있다. 기존 낸드 사업 구조를 재편해 AI 투자와 인프라를 총괄하는 조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그룹 내 자산과 기능을 재배치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해당 법인에는 SK와 SK이노베이션 등 주요 계열사가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SK는 2억 5000만 달러, SK이노베이션은 3억 80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 두 계열사에서만 약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B토마토>에 "AI 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AI 혁신 기업에 투자하고 협업을 확대하는 동시에 확보한 역량을 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연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글로벌 기술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AI 법인를 통해 구축할 글로벌 네트워크와 기술 협력 경험이 향후 글로벌 AI 시장 입지 확대에 큰 자산이 될 것" 설명했다.
김규리 기자 kk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