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대한항공이 고유가 직격탄을 맞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차량 5부제 자율 실시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고유가·고환율의 이중고 속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SK, LG 등 주요 대기업에 이어 항공업계도 본격적인 에너지 절약에 동참한 것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이미지(CI) 변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7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을 공지하고 자율적인 참여를 독려했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지상에서의 에너지 절약으로, 크게 네 가지 실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우선 임직원들의 차량 이용을 줄이기 위해 차량 5부제를 자율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각 사업장과 임직원의 거주 여건을 고려해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월요일은 1·6번, 화요일은 2·7번, 수요일은 3·8번, 목요일은 4·9번, 금요일은 5·0번 차량이 해당됩니다. 출퇴근 시에는 가급적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권고했습니다.
사내 카페와 사무실 등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개인 텀블러 활용을 장려했습니다. 또한 업무 종료 이후 사무실, 회의실 등의 조명과 개인 사무기기 전원을 끄고, 장시간 미사용 사무기기는 플러그를 분리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저층 이용 시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등 각 현장의 특성에 맞게 에너지 절약을 적극 실천할 것도 권고했습니다.
이 같은 조치는 급등한 항공유 가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올해 3월 기준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배럴당 129달러, 항공유(Sing-Jet) 가격은 배럴당 19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대한항공의 4월 급유단가는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당초 사업계획 기준 유가인 갤런당 220센트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대한항공은 이러한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고, 4월부터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습니다. 회사 측은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대한항공 측은 임직원들에게 “이번 조치들은 단순한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인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한항공의 이번 행보는 최근 재계 전반으로 확산 중인 비상경영 기조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 SK, LG 등 4대 그룹은 이미 고유가 상황에 대응해 차량 부제 실시와 실내 온도 조절 등 에너지 절약 대책을 시행한 바 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