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전이 바꾼 산업지도②)화석연료 리스크 속 ‘K신재생에너지’ 뜬다

‘탈중국·현지화’로 태양광·풍력 몸값↑

입력 : 2026-04-07 오후 3:42:27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이란 전면전 위기로 촉발된 화석연료 공급망 마비는 역설적으로 태양광과 풍력을 국가 생존을 좌우할 핵심 안보 자산으로 격상시키는 기폭제가 됐습니다. 단순한 탄소 저감을 넘어 지정학적 변수에 흔들리지 않는 에너지 자급력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것입니다. 특히 특정 국가에 편중된 조달 리스크를 지우려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거세진 가운데, 선제적으로 비중국 밸류체인과 현지 생산 기반을 완성한 국내 친환경 인프라 기업들의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란 전면전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 안보 핵심 자산으로 부상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챗GPT)
 
지정학 리스크 지운 ‘신재생’…정부 속도전
 
중동발 위기를 겪으며 우리 정부 역시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목표를 조기에 달성해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2023년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30GW)보다 3배 이상 확대된 규모입니다. 핵심은 태양광으로, 산업단지 신축 건물의 지붕형 태양광 의무화나 공공기관 재생에너지100(RE100) 등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합니다. 2040년까지 전면 폐쇄를 예고한 석탄발전소는 비상시에 대비한 ‘안보용’으로 일부를 남기기로 했습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이란 전쟁이 마무리돼 일시적 안정화 기간을 거쳐 결국 국제유가는 다시 배럴당 60~70달러대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높지만 위기로 촉발된 에너지 안보에 대한 경각심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을 건너야 하는 화석연료와 다르게 태양광과 풍력은 지정학적 변수에 좌우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지난달 “트럼프의 전쟁은 그가 혐오하는 청정에너지 부문을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이번 위기로 수입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 세계적 노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남미·유럽 기반 신재생에너지 전문 매체 ‘스트래티직 에너지’는 이번 중동 사태를 기점으로 과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가스 발전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와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 스페인의 전력 요금 흐름을 집중 비교했습니다. 가스 발전 비중이 50%를 웃도는 이탈리아는 2022년 에너지 위기 당시 전력 도매가격이 메가와트시(MWh)당 500유로를 돌파하며 가스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그대로 맞은 반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 비중을 50% 수준까지 끌어올린 스페인은 같은 시기 전력 요금을 이탈리아의 3분의 1 수준인 150유로 안팎으로 억제하며 방어력을 입증했습니다. 
 
OCI에너지가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한 118MW 규모 알라모 5 태양광발전소. (사진=OCI홀딩스)
 
태양광 ‘수직계열화’ 이룬 OCI·한화  
 
태양광 공급망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이미 선제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습니다. OCI홀딩스(010060)는 단순한 폴리실리콘(태양전지 기초 소재) 생산자를 넘어 비중국 태양광 밸류체인의 핵심 플레이어로 진화 중입니다. 핵심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거점을 연계한 안정적인 수직계열화 구축입니다.
 
OCI홀딩스는 전력 비용이 저렴한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자체 생산한 폴리실리콘 물량 중 약 1만톤을 베트남 자회사(네오실리콘)로 보냅니다. 베트남 공장은 이를 웨이퍼(폴리실리콘을 녹여 얇게 썰어낸 판상형 부품)로 가공해 소화합니다. 올해 1분기부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비중국산 웨이퍼를 생산 중이며 올해는 1.8GW 이상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중국 기업들이 독점하던 웨이퍼 가치사슬에 진출함으로써 온전한 비중국 태양광 공급망을 완성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말레이시아 부지의 저렴한 전력 강점을 바탕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 등 복합 태양광발전 사업자로의 도약도 관측됩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폴리실리콘은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장치산업이라 전력 비용이 높은 미국에 공장을 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이미 전력이 저렴한 말레이시아에서 부지를 확보한 OCI홀딩스가 일론 머스크와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태양광 모듈 분야 핵심인 한화솔루션(009830) 태양광 부문(한화큐셀)은 미국 조지아주에 구축 중인 태양광 통합 생산 단지 ‘솔라허브’를 통해 기초 재료인 잉곳과 웨이퍼부터 최종 완제품인 셀과 모듈까지 가치사슬 전반을 미 본토에서 내재화했습니다. 또 주택용 파이낸싱 자회사인 엔핀을 통해 태양광 설치 고객에게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며 제품 공급부터 설치, 운영, 금융까지 연결된 서비스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미 주택시장을 겨냥해 건설 단계부터 태양광 시스템을 적용하는 사업과 폐모듈 재활용 사업도 함께 전개 중입니다. 좁아진 보조금 문턱을 넘고자 발전과 금융, 시공을 포괄하는 종합 발전소 건설 및 운영사로 덩치를 키워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영국 북해의 '혼시3' 해상풍력단지. (사진=세아윈드)
 
씨에스윈드·SK·세아, 해상풍력 몸집↑ 
 
글로벌 1위 풍력 타워 제조사인 씨에스윈드(112610)는 철저한 온쇼어링(현지생산) 전략으로 무역장벽을 무력화했습니다. 미 콜로라도에 세계 최대 규모 타워 생산 공장을 가동 중이며 포르투갈과 베트남 등 주요 거점마다 생산 기지를 구축했습니다. 콜로라도 현지 공장을 통해 까다로운 미국산 우선구매(BABA) 요건을 가볍게 충족하고, 관세 폭탄을 맞는 중국산 타워의 북미 진입을 원천 차단하며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사들의 일감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해상풍력 터빈을 바다 밑에서 지탱하는 뼈대인 하부구조물 시장에서는 SK오션플랜트(100090)가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탈중국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하부구조물(재킷)은 아파트 20층 높이에 무게만 수천 톤에 달해 고도의 철강 용접 기술과 거대한 작업장(야드)이 필수적인데, 대만 등 굵직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수행한 검증된 트랙레코드(실적)가 확실한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SK오션플랜트는 경남 고성에 157만제곱미터(㎡) 규모 신규 해상풍력 특화 야드도 조성 중입니다. 
 
영국 해상풍력 시장을 정조준한 세아제강지주(003030)는 세아윈드를 통해 모노파일(하부구조물) 수요를 선점하고 있습니다. 영국 정부로부터 단일 국가 역대 최대 규모인 8.4GW 신규 물량을 확정한 상태입니다. 영국 내 2030년 50GW 달성 목표에 따라 모노파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세아윈드는 다수의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해 연내 가시적인 수주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세아 관계자는 “영국 티사이드 지역에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생산 공장의 당초 생산능력을 24만톤에서 40만톤으로 증설하고 오스테드, RWE 등 기존 고객사와 수요 조정을 거쳤다”며 “영국 해상풍력 지원정책 확대로 우호적인 환경인 만큼 추가 수주 논의도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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