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기호 선임기자]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이 7일 방송한 뉴스토마토 <이광재의 끝내주는 인터뷰>에서 “인류는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유사한 경제적 양극화와 정치적 혼란에 직면했다”며 “인구감소, 기후위기, AI(인공지능)으로 ‘더 센 파시즘’이 오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래학 연구자로 최근 ‘더 센 파시즘’(메디치미디어 발간)을 펴낸 홍 의장은 “100년 전 비슷한 시기에 집권해 개혁 경쟁을 펼친 아돌프 히틀러와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모두 독재자로 불렸으나 미국은 세계 최강국이 됐고,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궤멸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홍 의장은 “당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의 현상이 현재와 유사하다”며 나아가 “새로운 형태로 진화한 파시즘이 과거보다 더 세게 지구촌 전체를 강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더 센 파시즘을 막기 위해서 우리나라의 구조를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이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의 신간 '더 센 파시즘'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사진 = 뉴스토마토)
AI + 수축사회 ⇒ 파시즘
파시즘의 형성과 관련해 홍 의장은 “민주주의 혼란과 대공황, 스페인독감, 러시아혁명에 따른 자본가의 공포 등 요인이 융합됐다”며 “특히 고립주의로 돌아선 미국이 국제질서에 개입하지 않으면서 파시스트가 권력을 강화할 여지를 준 점이 지금과 매우 비슷하다”고 분석했습니다.
AI와 ‘수축사회’가 결합하면서 파시즘이 강화된다는 의미에 대해서는 “수축사회는 인구감소, 기후위기 비용 발생, AI에 의한 생산성 폭증으로 인해 공급과잉이 일어나는 사회”라며 “하위 계층은 소비할 돈이 없는데 빚을 내서 유지하는 ‘부채 경제’가 한계에 달했다”고 말했습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스마트폰으로 지식을 접하고, 스스로 신(神)이라 착각하는 나르시시스트들이 알고리즘에 의한 확증편향에 빠져 파시스트의 선동에 자발적으로 동조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홍 의장은 불평등, 불공정, 미래 불투명, 불안정을 4불(不)로 꼽고, “대중은 자신을 한 방에 구원해줄 메시아를 갈망한다”며 ‘마가(MAGA) 열풍’과 세계적인 극우화 현상을 짚었습니다.
이광재 전 총장이 홍성국 의장에게 AI와 ‘수축사회’의 결합과 파시즘의 관련성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사진 = 뉴스토마토)
“한국, 파시즘 태동의 최적지” 강력 경고
홍 의장은 우리나라가 파시즘에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음을 주목했습니다. 그는 “한국도 파시즘이 태동할 요소를 매우 많이 갖고 있다”고 설명하고,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성장률이 가장 빨리 둔화되고 있으며, 고령화 속도도 가장 빠르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이어 “성취 욕구가 강한 똑똑한 국민은 1~2%의 저성장이 몇 년간 이어질 때 누군가 나타나 ‘한 방’ 해주기를 바라게 된다”며 ‘파시즘 위험성’을 언급하고, “특히 의대나 로스쿨로만 몰리는 엘리트 비중이 높다보니 엘리트 계층 간 ‘파이 쟁탈전’으로 폭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의장은 “우리나라는 어떤 나라가 되고 싶은지에 대한 전략이 없다”며 “정치 과잉이라는 사람이 있고, 정치 부족이라는 사람도 있는데, 둘 다 해당된다고 본다”고 말하고, “권력 투쟁은 과잉이고, 국가 모델과 비전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은 정치의 부족”이라고 일갈했습니다.
디스토피아를 막을 4대 구조 전환
홍 의장은 △국가모델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비전 수립 △권력투쟁이 아닌 국가 미래를 논의하는 정치 리더십 구성 △재벌의 자산과 벤처의 유연성 결합 △가짜 뉴스를 규제하는 ‘착한 AI 경찰’과 스마트폰 과의존을 통제하는 교육 혁신 등 위기를 막을 4대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홍 의장은 “한국인은 매달 40시간 유튜브를 시청한다”며 “세계 1등”이라고 말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와 저품질·스팸성 콘텐츠인 슬롭(Slop)이 우리나라에서 많이 생산된다는 것입니다. 실제 AI 슬롭 채널 조회수에서 한국은 압도적 1위를 차지했습니다.
미국의 영상편집플랫폼 ‘카프윙(Kapwing)’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기반 AI 슬롭 채널 11개의 누적 조회수는 84억5000만회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2위는 파키스탄(53억4000회), 3위 미국(33억9000만회), 4위 이집트(32억4000만회), 5위 스페인(25억2000만회) 순이었습니다.
홍 의장은 “100년 전 루즈벨트는 단순히 테네시강에 댐을 만든 게 아니라 미국사회를 완전히 바꿨고 모든 제도를 뉴딜로 만들어놨다”고 강조하고, “우리도 긴 목표를 갖고 국가를 새롭게 전환하지 못하면 후손에게 파시스트가 지배하는 국가를 물려줄지도 모른다”고 경고했습니다.
이광재 전 총장이 홍성국 의장과 ‘엘리트 과잉’의 초래할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 = 뉴스토마토)
이광재 “디스토피아 막기 위한 노력 필요”
이광재 전 국회사무총장은 “레이 달리오의 ‘국가 흥망 사이클’을 보면 교육이 선행지표가 되면 기술혁신으로 경제가 발전하고, 교육이 약화되면 결국 나라가 망한다”고 말하고, “우리나라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대와 로스쿨에 계속 몰리면 국가 위기가 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제 2022년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융합교육) 논문에서 중국의 최상위급 학술성과 비중은 46%로 2012년의 13%에서 증가했으며, 이 기간 미국은 54%에서 31%로 감소했습니다.
이어 “한국도 소버린(Sovereign) AI를 만들고 있는데, AI의 생산성이 정확한지, 결과는 국민의 삶을 나은 곳으로 이끌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혼돈의 시대, 디스토피아가 아닌 인간다운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우리의 각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기호 선임기자 actsk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