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 도마…민주당 "금융지주 왕회장 견제 안돼"

"국민연금 '기회주의적 반대' 지배구조 왜곡 방치"
라임·옵티머스 등 지주 책임회피 '꼬리 자르기' 지적
CEO 연임시 특별결의·감사위원 노조 추천 대안 부상

입력 : 2026-04-15 오후 5:46:02
[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왜곡을 심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외부 견제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금융지주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는 이른바 '왕회장 체제'가 고착화됐다는 지적입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적극적이고 투명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선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을 향해 "형식적 주주권 행사가 금융지주의 견제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일관성을 갖추지 못한 채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집중됐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반대해서 부결될 것 같으면 찬성하고, 반대해도 부결될 것 같으면 부결을 반대한다"며 "실질적으로 부결로 이어지는 사례가 거의 없는 기회주의적 행태"라고 꼬집었습니다. 
 
이 같은 지적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제한적으로 작동하는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한 사례는 하이트진로 1건에 그쳤고, 주주권 행사의 핵심인 주주제안 역시 한진칼 이후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사외이사 추천 제도 역시 실질적인 후보 추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내부 의사결정 체계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수탁자책임위 활동 경험이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대학원 원장은 "안건 설정부터 의결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며 "수조원을 운용하는 기금운용본부장(CIO) 임명 과정조차 불투명해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역할도 형해화돼 있다"고 짚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역할 공백은 금융지주 견제 약화로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지주사 회장이 인사와 이사회 구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연임에 유리한 구조를 구축하는 동안, 내부 견제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대형 금융사고 과정에서도 지주 차원의 책임은 드러나지 않고 계열사에 책임이 전가되는 '꼬리 자르기'가 반복됐다는 지적입니다. 권 원장은 "금융지주 체제는 기대했던 시너지보다 지배구조 후퇴가 더 두드러진다"며 "은행·증권·보험 분리를 포함해 해체하는 게 근본적 답이 아닌가 싶다"고도 했습니다.
 
금융지주사 이사회 감시 기능 약화 문제도 다뤄졌습니다. 감사위원이 회계 전문성이 부족한 인물로 채워지거나, 회장 영향권 아래 위원회가 구성되며 실질적 감시 기능을 하지 못하고 '거수기 역할'에 그친단 것입니다. 일각에선 경영진 영향에서 벗어난 실질적 감시 주체를 확보하기 위한 대안으로 금융노조 등 노동조합 추천권도 거론됩니다. 아울러 독립이사의 연임 유인을 차단하기 위해 임기를 4년 단임으로 제한하는 방안과, 평가 주체를 경영진이나 사무국이 아닌 독립기구로 분리하는 방안도 제기됐습니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이 같은 구조적 결함을 해소하기 위해 법제화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대표적인 방안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기존 이사회 중심의 폐쇄적인 연임 구조를 주주들의 직접적인 통제 아래 두겠다는 취지입니다. K-자본시장특위 소속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이달 대형 금융사 대표이사 선임시 주주총회 의결을 의무화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 한 바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특별결의 도입이 단기 실적 중심 경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박 의원은 이날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기업 지배구조를 신뢰하지 않고, KB금융(105560) 등 국내 금융주의 낮은 PBR(주가순자산비율)도 관치금융에서 기인했다고 본다"며 "왕회장 체제에서는 권한은 집중되지만 책임은 분산된다. 단순히 임기를 3년이나 6년으로 제한하는 방식보다, 재선임 단계에서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를 거치도록 해 주주가 직접 통제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지배구조 개선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은 규제산업이기에 상법보다 특별법 기능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논의가 맞다고 봤다"고 했습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적극적이고 투명한 주주권 행사를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현경 기자 kh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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