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의 배신)①보험료 오르고 보장 줄어…소비자 권익 실종

입력 : 2026-04-17 오후 4:18:12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이 1세대부터 4세대까지 개편을 거듭하는 사이 보험료는 오르고 보장은 줄어 소비자 체감 혜택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보험사 손해율 개선을 명분으로 반복된 개편이 결국 자기부담 확대와 비급여 축소로 이어지며 소비자 권익만 약화됐다는 평가입니다. 
 
실손 개편될수록 자기부담 확대, 보장한도 제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저보험료를 내세우는 대신 보장 축소, 자기부담 증가, 비급여 제한을 강화하는 구조로 재편돼 왔습니다. 초기 실손보험이 건강보험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보완재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 상품은 손해율 관리와 보험료 차등화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입니다. 보험료 인상 부담을 낮춘다는 설명과 달리 소비자가 실제 치료 과정에서 체감하는 보장성은 갈수록 낮아졌다는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오면서 가장 큰 변화는 자기부담금 도입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의료비 상당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었지만 10~20% 수준의 본인부담금이 생겼고, 보험사별로 제각각이던 보장 구조도 표준화됐습니다. 상품 비교가 쉬워졌다는 장점은 있었지만 소비자 선택권은 줄었다는 평가도 나왔습니다.
 
2세대에서 3세대로 개편되면서 비급여 보장은 본격적으로 축소됐습니다. 기존에 통합 보장되던 비급여 항목은 세분화돼 제한됐고, 도수치료·MRI·주사치료 등 이른바 3대 비급여 항목은 별도 관리 대상으로 분리됐습니다. 이에 따라 자기부담금 비중도 20~30%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4세대 실손보험에선 보장 축소 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비급여 기본 보장은 특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장받을 수 없도록 구조가 바뀌었고, 자기부담금은 급여 20%, 비급여 30%로 상향됐습니다. 비급여 이용량이 많을 경우 보험료가 오르는 할인·할증 체계도 도입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보험을 유지하면서도 실제 청구를 망설이게 만드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2024년 7월부터는 연간 비급여 청구 실적에 따른 보험료 차등제가 시행됐습니다. 매년 가입자의 비급여 보험금 청구 규모를 평가해 다음 해 갱신 보험료에 할인 또는 할증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과잉진료를 억제하겠다는 취지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필요한 치료를 받아도 보험료 인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이렇게 개편 과정을 거치며 소비자들의 실질적인 부담은 크게 늘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손보험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도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의료비 대비 실질 보전 기능이 약화되면서 민간 안전망으로서 역할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건강보험의 기본 보장성을 높여 국민이 건강보험만으로 충분히 치료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이를 대체한 실손보험은 손해율이 높아질 때마다 보험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상품이 개정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가입자들은 보험료는 더 내고 보장성은 떨어지는 불리한 계약을 반복적으로 감수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4세대 손해율 147.9% 육박…"개편효과 미미"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워온 것은 높은 손해율입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1~4세대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1세대 113.2% △2세대 114.5% △3세대 137.9% △4세대 147.9%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평균은 120.7%입니다. 손해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더 많아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는 상품 구조뿐 아니라 의료 이용 행태, 비급여 관리 실패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수차례 상품 개편에도 손해율 개선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과잉진료 억제와 가입자 간 형평성 제고를 목표로 보험료 할인·할증제를 도입하고 자기부담률도 높였지만, 오히려 세대 중 가장 높은 147.9%의 손해율을 기록했습니다. 소비자 부담은 늘었지만 구조 개선 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제도 설계가 실제 시장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손해율 급등의 주된 원인으로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치료, 증식치료, 비급여 주사료 등 비급여 항목이 꼽힙니다. 일부 의료기관을 통한 과잉진료가 늘면서 의료 이용량 증가에 따른 보험금 지급 확대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입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12월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한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실손의료보험은 최근 요율 정상화 노력 등으로 1·2세대 손해율이 일부 개선됐으나, 4세대는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손해율 악화 원인으로는 비급여 항목의 과잉 이용이 문제로 지적된다"고 말했습니다.
 
보험업계는 의료 이용량을 보험사가 직접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상품 개편을 통한 손해율 관리 외에는 대안이 많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금융당국이 은행·카드업권에 강한 규제를 적용하면서도 보험업권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해 결과적으로 소비자 부담 전가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정책 균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입니다.
 
현재 논의 중인 5세대 실손보험 역시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일부 담보의 자기부담금을 높이고 보장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검토되고 있습니다. 비급여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을 차등 적용하는 구조인데요. 도수치료 등에 대해선 사실상 혜택이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자기부담률을 높였습니다. 
 
이전 개편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근본적인 비급여 관리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상품 구조를 손보는 방식만으로는 손해율 개선에 한계가 이미 확인됐다"면서 "5세대 개편 방향성은 이미 4세대에서도 도입했는데 역대 최대 손해율을 기록한 것으로 보아 5세대 개편 역시 같은 논란을 반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들이 지난해 열린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보험약관과 국민건강보험법 동일 적용' 등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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