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의 완성은 캐피탈?…애큐온 인수전 주목

입력 : 2026-04-15 오후 3:34:45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한국금융연구원이 중간지주회사 제도를 활용해 은행 중심 금융지주의 투자 기능을 분리·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으면서 벤처캐피탈(VC)과 캐피탈 등 비은행 투자금융사에 대한 역할 확대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전환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중금리 대출과 기업금융을 통해 자금을 실물·혁신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캐피탈의 전략적 가치가 부각되며, 1조원대 매물로 꼽히는 애큐온캐피탈 인수전을 둘러싼 시장의 관심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중간지주 도입해 VC·캐피탈 중심 투자축 재편"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1일 발표한 ‘중간지주회사제도를 활용한 국내 은행그룹의 경쟁력 제고 방안' 보고서에서 "중간지주회사제도는 은행 부문의 지속 성장을 담보하면서 투자 부문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맞물린 주장입니다. 
 
'생산적 금융'은 기존 부동산·담보에 편중된 금융 전반의 자금을 첨단산업, 벤처기업, 중소기업 등 생산적인 분야로 배분해 관련 투자나 해당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제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첨단전략사업에 연간 30조원씩 5년간 총 150조원 규모의 자금 공급 계획을 발표하는 등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이라는 핵심 경제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4대 금융지주도 오는 2030년까지 생산적 금융에 300조원 이상 투입 계획을 밝히며 정부 기조에 발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장기간 부동산이나 담보대출 관행에 익숙해진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 체제 아래 모험자본에 대한 공급 역량이나 전문가 육성 등이 뒤쳐져 신정부의 금융정책을 견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시각도 적잖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계 금융투자사는 기업의 자금조달, 인수·합병(M&A) 주선, 구조화된 인수금융 등 전형적인 투자은행(IB) 업무보다는 기업금융(CIB) 형태의 투자금융 역할을 주로 수행해 왔으며, 그마저도 대부분 은행 주도 아래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독립 금융투자사 대비 규모나 수익성 측면에서 열위였다"고 짚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지주 내 은행 부문의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는 동시에 투자 부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중간지주사 설립을 고려할 수 있다"는 김 선임연구원의 제언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는 "중간지주 체제가 도입되면 은행 부문은 현금흐름에 기반을 둔 혁신기업 대상 대출이 늘어나고, 산하 자회사와의 협업에 따른 메자닌 투자, 보증, 생산적 금융 관련 펀드에 대한 기관투자자(LP) 투자 등이 확대되면서 기존 저위험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중위험·중수익 영역으로 확장하는 구조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은행보다 후순위로 취급되던 비은행 부문의 투자금융사도 더욱 지주에 기여하는 역할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투자 부문은 벤처캐피탈·캐피탈·금융투자사를 축으로 고위험·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공모 펀드 등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수수료 수입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생산적 금융 기대감에 캐피탈 M&A '들썩'
 
금융투자사 주도로 생산적 금융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도 평소보다 캐피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핵심 매물로 거론되는 애큐온캐피탈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IB 업계에 따르면 애큐온캐피탈 매각 주체인 글로벌 사모펀드 에쿼티(EQT)파트너스는 최근 예비입찰을 통해 인수 적격 후보군(숏리스트)를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주요 예비인수자로 거론된 곳은 메리츠금융, BNK금융, 다우키움그룹, 한화생명, 사모펀드(PEF) 운용사 바이칼인베스트먼트 등 5곳이었는데요. 실제 예비입찰에 참여한 곳은 메리츠금융, 한화생명, 바이칼인베스트먼트 3곳으로 압축됐습니다.
 
애큐온캐피탈 외에도 무궁화신탁 관계사 무궁화캐피탈이 전자부품 제조업체 '연호엠에스'를 새 주인으로 맞아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이 흘러나왔습니다. 무궁화캐피탈은 연호엠에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며, 금융위원회에 제반 승인 절차를 밟는 중으로 전해졌습니다.
 
캐피탈은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확실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합니다. 여기에 기업금융 등 자산을 운용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더해집니다. 금융지주들에겐 예대금리차 축소와 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권 수익성이 둔화된 상황을 타개하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장을 실현할 기회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이행 압박에서도 캐피탈을 활용해 좋은 성과로 눈도장 찍을 수 있다는 판단도 나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캐피탈이 생산적 금융 측면에서 옛날보다 역할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M&A 시장에서 과거보다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고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 내 캐피탈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다른 캐피탈을 인수합병하는 방안들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기에 잠재 수요자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억원 금융위원장이 '제3차 생산적 금융 대전환 회의'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은 애큐온캐피탈 간판. (사진=금융위원회, 애큐온캐피탈, 챗GPT 합성)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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