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항 중인 성과급 협상, 해법 없나

노조 “EVA 대신 영업익 기준 산출로”
적용 시 ‘45조’…주주가치 훼손 비판
“지속 가능한 성과급 제도 마련해야”

입력 : 2026-04-17 오후 2:54:50
[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삼성전자 사측이 경쟁사 이상의 업계 최고 보상을 제안했음에도 여전히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배경에는 성과급 산정 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 산정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두더라도 비율을 줄이거나 성과급에 상·하한선을 마련하는 등 현실적인 타협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1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과반노조 공식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은 단순 영업이익이 아닌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기준으로 지급합니다. 이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시설투자액, 자본조달 등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로, 실직 이익을 따지겠다는 것입니다. EVA는 회사채, 배당금 등 기업의 자본 비용을 모두 고려하기 때문에 산출 방식이 복잡합니다. 이에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EVA 방식을 ‘깜깜이 성과급’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 10%를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고, 성과급 1000% 상한선을 폐지해 실적만큼 보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결국 삼성전자 노조의 요구는 숫자 그 자체를 넘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보상 체계를 개편하라는 압박인 셈입니다.
 
문제는 이를 수용하면 기회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입니다.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3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영업이익의 15%를 적용하면 성과급 규모는 45조원에 달합니다. 이는 작년 연구개발(R&D) 비용을 넘어서고, 지난해 400만 주주에게 지급한 총배당금 11조1000억원의 4배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이에 주주환원 규모가 줄어들고, 글로벌 빅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 타협 방안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EVA 기준을 변경하되 성과급 비율은 합리적인 수준에서 합의하거나 지급 방식을 조율하는 방법으로 전향적인 결론을 유도하는 겁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노조가 성과급 재원 산출 방식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만큼, 비용 부문을 노사간 투명하게 공유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재원을 영업이익으로 산정하더라도, 비율을 조정하고 성과급의 상한과 하한을 설정해 불황기에도 지속 가능한 성과급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사진=뉴시스)
 
이어 “2~3년간 성과급을 나누어 지급하는 이연 제도를 통해 지급 부담을 낮추는 한편 인재가 더 머무르게 되는 구조를 만들고, 내부 스타트업 육성 등 구성원들의 성장 욕구를 채워줄 방법론도 보완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당장의 현금 대신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비중을 늘려 장기 주가 상승과 연동시키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 겸 대학원장은 “미국 기업들을 보면 RSU 같은 큰 성과급 제도들이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에도 이런 제도가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노조 역시 성과급 총규모를 숫자로만 부각시키는 것은 여론의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합리적 수준에서 성과급 비율을 합의하고, 투명한 보상제도의 명문화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존 OPI의 성과급 50% 원칙을 지키는 가운데, 영업이익의 1~3%를 별도 성과 공유 재원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면서 “이 중 절반을 하청업체 지원 기금으로 활용해 노조는 추가 성과급과 ‘상생·연대’라는 노조 본연의 명분을 챙기고, 사측도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영업이익을 재원으로 하더라도 비율이 과도하지 않게 조정해야할 필요가 있다”면서 “당기순이익 단계에서 성과급 재원을 두거나 불황기에도 대비할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는 등 폭넓은 논의가 이뤄저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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