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유료방송 침체가 장기화하며 정부 개입에 대한 사업자들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종합유선사업자(SO)의 가입자와 홈쇼핑 송출 수수료라는 두 핵심 재원이 모두 감소하고 낡은 규제가 방치된 가운데, 정부의 조치나 진흥책 마련이 미비해 생태계 복원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SO가 지역채널 운영과 방송통신발전기금 납부라는 공적 책무를 수행해 온 점도 고려해 법 제도와 시장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 나옵니다.
20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24년 SO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1조5000억원으로 2014년 대비 약 32.5%, 2023년 대비 약 2.9% 감소했습니다. 또 영업이익은 2014년 4500억원에서 2024년 148억원으로 97%가량 감소하며, 영업이익률이 손익분기점 수준에 근접했습니다. 또 주문형 비디오(VOD) 매출은 2019년에 비해 58.94% 감소한 590억원을 기록했고,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지급하는 프로그램 사용료 부담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행한 '2025 방송산업 실태조사'에서도 이 같은 유료방송 산업의 침체 양상은 뚜렷했습니다. 전체 방송사업 매출 중 인터넷TV(IPTV)의 점유율은 2014년 10.1%에서 2024년 27%까지 성장한 데 반해, SO의 비중은 2014년 15.9%에서 2024년 8.9%까지 하락했습니다. 가입자 규모 축소도 두드러졌습니다. SO 가입자는 2015년 1373만명에서 2024년 1219만명으로 11.2% 감소했습니다.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중 비중도 33.6%까지 떨어지며 58.8%를 점유한 IPTV에 비해서도 크게 약세를 보였습니다.
SO 산업이 장기간 자체적으로 수익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배경에는 수익 구조 및 제도의 한계가 있습니다. SO의 두 핵심 재원은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료와 홈쇼핑 채널의 송출 수수료입니다. 이용자가 감소해 서비스 이용료 매출이 줄어들고, 홈쇼핑 채널의 송출 수수료마저 이용자 규모와 판매 매출에 연동되는 구조라 이중의 수익성 악화 구조가 발생한 겁니다. TV 시청 인구 감소, 라이브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등으로 TV 홈쇼핑의 수익성도 악화하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고착하는 모양새입니다.
방송사업자로서의 의무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성장 등 외적 요인 또한 산업 침체의 가속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등 OTT의 성장으로 유료방송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지만, 방송법 상 규제와 의무는 기존 방송 사업자에게만 적용돼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SO는 방송법 제70조에 따라 지역정보 및 방송프로그램 안내와 공지사항 등을 제작·편성 및 송신하는 지역채널을 의무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채널에 전체 SO가 투자한 비용은 1200억원 수준에 달합니다. 여기에 지난해 전체 SO 영업이익인 148억보다 약 90억원 많은 방발기금 납부까지 더해지며 재정 위기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6인 체제를 갖추며 유료방송 관련 정책 개선에도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사입니다. 업계는 방발기금 부담률 조정, 지상파 재송신료와 PP 수신료 배분에 대한 합리적 대가산정 기준 마련, 통합방송법과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 도입 등을 시급한 과제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2026 케이블TV방송대상'에서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이 "낡은 규제 정비"를 공언한 가운데, 방미통위가 조속히 현안 해결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안정상 중앙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유료방송 정책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이었을 당시 모색됐던 방안들을 방미통위에서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가 관건"이라며 "OTT 수준으로 유료방송 광고 규제를 완화하는 안 등 규제 계획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안 교수는 이어 "3대 SO를 소유한 통신 사업자들이 콘텐츠 투자를 위해 나설 필요도 있다"며 "차별화된 콘텐츠 제작을 위해 지역 채널 등 케이블 방송의 특성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15일 열린 '2026 케이블TV방송대상'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케이블TV협회)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