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참전한 '정동영 발언' 논란…정점에 '자주파·동맹파' 갈등

"한·미 대북 정보 공유 일방적 아닌 상호 보완적"…한때 제한 있었지만 현재는 정상 수준

입력 : 2026-04-21 오후 4:20:16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성 핵시설' 발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논란은 미국이 이 발언이 자신들이 제공한 민감 정보라며 한국에 제공하는 대북 정보를 축소했다는 취지의 지난 17일 <동아일보> 보도로 촉발됐습니다. 파장이 확산하자 20일에는 이재명 대통령까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를 통해 이 논란에 직접 뛰어들었지만 보수 진영의 공세는 더 거세지고 있는 형국입니다. 한·미 간 갈등으로 확전하며 보수 진영의 공세를 불러온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오래된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 구성 핵시설' 발언 후폭풍…이 대통령 두둔하자 야 '총공세'
 
정 장관이 논란의 발언을 한 건 지난달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입니다. 정 장관은 "북한 핵이 현재진행형"이라며 영변과 구성·강선에 우라늄(HEU) 농축시설이 있고 영변에 한 군데 더 증설하고 있다는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보고를 전했습니다. 미국 측이 문제를 삼은 건 정 장관의 발언 중 '구성'입니다. 자신들이 제공한 정보이고, 공식적으로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지역으로 공개되지 않았었다는 겁니다. 미국이 이를 문제 삼으며 한국에 제공해 온 대북 정보를 축소했다고 전해집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동맹 균열'이라고 비판하며 정 장관의 경질을 요구하는 등 공세를 취했습니다. 
 
이에 정 장관은 전날(20일) "구성과 관련해선 이미 수십 차례 보도되고 공개된 자료를 사용해 정책을 설명한 것일 뿐"이라며 "핵 문제의 심각을 설명하기 위해 설명한 것인데 이를 정보 유출로 모는 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반박했습니다. 특히 정 장관은 "지난해 7월25일 통일부 장관으로 취임 후 국내와 관계 정보기관으로부터 핵시설 관련 정보 보고를 일체 받은 적이 없다"며 "통일부가 보유하고 있는 일반 정보와 제가 오랜 기간 스스로 체득한 북핵 일반 상식에 근거해 국민과 소통하고 국회에 보고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 장관은 "지난해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구성 지역을 언급한 바 있다"며 "이 문제를 들고 나온 저의가 의심된다"고 했습니다.
 
인도를 방문 중이던 이 대통령도 SNS를 통해 "구성 핵시설 존재 사실은 각종 논문과 언론보도로 이미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었던 점은 명백한 팩트"라며 "정 장관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이 대통령은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대통령이 직접 논란의 중심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는 국내에서의 논란은 물론 잘못된 사실관계에도 불구하고 대북 정보를 제한한 미국을 향한 것으로도 읽힙니다.
 
이 대통령의 SNS 메시지에 대해 국민의힘은 21일 집중포화를 퍼부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 장관의 '구성' 발언에 대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이 안규백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방부는 성 의원의 이 같은 주장을 즉각 반박했습니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것은 한·미 군사 외교상 적절하지 않고, 사실도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한·미는 주요 사안에 대해 수시 소통하고 있고,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정치권의 논란과는 별개로 현재 한·미간 북한 정보 공유는 군사·정보 활동에 지장이 없는 수준에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일시적으로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 일부가 제한되기는 했지만 현재는 정상 수준에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는 겁니다.
 
정빛나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동향을 포함해 한·미 정보당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며, 긴밀한 정보 공유 체계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정 대변인은 "한·미 간 정보 공유는 일방이 아닌 상호 보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19일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역시 한·미가 상호 정보를 공유하고 보완해 분석 및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자주파와 동맹파 노선투쟁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진 배경으로는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20여년 전 참여정부에서 시작된 이들의 갈등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더욱 정교하고 치열한 형태로 부활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이번 논란의 발단이 된 <동아일보> 보도에 등장하는 소식통이 '동맹파'라는 추측도 공공연하게 돌아다닙니다. 돌발적인 실언이라기보다,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어 온 내부 노선 갈등의 연장선이라는 겁니다. 이 대통령이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6월 이재명정부 출범 초기 동맹파로 알려진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자주파로 알려진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의 기용은 '불안한 동거'의 시작이었습니다. 안보실은 한·미 공조를, 국정원과 통일부는 남북 관계 복원을 우선시하며 정책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표출했던 것은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같은 갈등은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SNS를 통해 "외국 군대에 의존하는 국방은 굴종"이라며 자주국방 의지를 천명했을 때도 불거집니다. 자주파는 한·미 동맹을 대등한 관계로 발전시키는 출발점이라는 입장을 보였지만 외교부와 국방부의 동맹파 관료들은 미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하는 '전략적 악수'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다음달인 10월에는 정 장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을 두고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표출됐습니다. 정 장관이 언급한 '평화적 두 국가론'을 두고 동맹파에서 헌법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것입니다. 당시 정 장관의 언급을 두고 위 실장은 "남북 두 국가론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이를 지지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반박한 바 있습니다.
 
12월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통일부가 외교부 주도로 진행되는 한·미 대북정책 조율을 위한 정례 협의(공조회의)에 불참하고, 미국과 별도로 대북정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습니다.
 
자주파와 동맹파의 갈등이 이번 정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다시 한번 재연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자세히 알아봐야겠다'는 SNS 메시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이석종 국방전문기자 sto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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