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갈수록 심각해지는 일본 지진 피해를 보면서 내진설계가 부실한 국내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가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중이지만 현재 민간 건축물은 물론 공공 건물에 대한 내진보강도 부실한 상태여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 2005년 이전 건축물 내진설계 적용 안받아.."내진보강 시급"
현재 국내 건축물의 내진설계는 건축법에 규정돼 있다. 건축법시행령 제32조에는 높이 3층 이상, 1000㎡ 이상 건축물은 내진설계가 의무화 돼 있다. 그러나 건축법 개정 전인 지난 2005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특히 국내 전체 건축물의 85%를 차지하는 1, 2층 건물은 현행법상 내진설계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지진에 무방비 상태여서 지진 등 재해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내진설계가 되지 않은 저층·노후 건축물 등에 대한 내진보강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혹시 있을지 모를 지진의 피해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
내진보강이란 내진설계 되지 않은 저층 건축물이나 관련 법규가 마련되기 전에 준공돼 지진에 취약한 건축물의 내진기능을 보강하는 것을 말한다.
김재건 현대건설 R&D 연구소 차장은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이나 올해 뉴질랜드 지진의 피해상황을 분석해 보면 무너진 건물들은 내부분 내진설계가 안된 건물"이라며 "기존에 있는 건물들이 지진에 견딜수 있게끔 보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정부 내진보강 대책 '걸음마 수준'
하지만 정부의 내진보강에 대한 대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2007년 중국 쓰촨성 대진진을 계기로 '지진재해대책법'을 제정해 공항, 항만, 댐, 터널 등 국가 기반시설에 대한 내진보강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런 기반시설을 제외하곤 대부분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시설물유지관리협회가 공개한 국가 기반시설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 교육청, 국공립대학 등의 올해 내진보강공사 계획을 보면 전체 공공시설 471곳중 올해 내진보강공사를 계획 중인 곳은 18곳에 불과하다.
남영현 시설물유지관리협회 담당자는 "공공시설물은 국회에서 (내진보강에 대한) 예산 편성을 해줘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없어 발주조차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중·고등학교와 같은 기초교육 시설물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내진보강 기본계획'을 세워 올해부터 내진보강을 의무화하도록 한 상태다.
실제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이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제출받은 `학교시설 내진보강 사업 기본계획안`에는 지난 2009년 말 현재 초·중·고교의 내진 설계 대상 건물 1만8329동 중 전체의 86.8%인 1만5912동이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았다.
◇ 내진보강 추진법, 국회서 계류 중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축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태다.
내진보강 계획을 주관하고 있는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현재 민간시설물에 대해선 내진보강을 하는데 투입되는 비용문제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또 "건축주의 자발적 내진보강을 유도하기 위해 내진보강을 할 경우 지방세 경감, 재해보험률 차등적용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의 늑장대응도 문제다.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지진재해대책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중이다.
지난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여야합의를 거쳐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법사위에서 처리가 후순위로 밀려 본회의 처리가 무산된 것.
익명을 요구한 대형건설사 한 연구원은 "내진설계는 민간 건설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이지만 그만큼 건축물 가격에 비용을 더 얹으면 되기 때문에 크게 반발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정부의 내진설계에 대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