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 1. (스물아홉에 편의점 알바 하는 김씨의 경우) "제가 실업자가 아니라 취업자라구요?"
대학 졸업후 지난 1년간 입사 준비를 하며 생활비를 벌기 위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29)는 <뉴스토마토>의 지난 17일자 기사("통계청 실업률 엉터리 통계..백수들은 서럽다http://news.etomato.com/news/economy/general/etomato_news_read.asp?no=146095)를 보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경우는 통계청 집계상 '수입을 목적으로 조사대상 기간동안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어서 '취업자'로 분류된다. 하지만 김씨는 스스로를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사실상 백수'라고 주장한다. "편의점 알바생이 취업자라면 나는 더이상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며 씁쓸한 표정이다.
# 2. (취업이 안돼 포기하다시피 한 신씨의 경우) 신 아무개씨(26)는 지난해 2월 졸업과 동시에 공기업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이후 1년 가까이 계속해서 이력서를 써왔다. 그러나 취업시즌이 끝난 올해 1월부터는 이력서를 낼 곳이 없게 되자 사실상 '구직단념자'가 됐다. 신씨처럼 취업을 하고 싶지만 취업이 안돼 결국 구직을 포기한 사람은 통계청 집계에서 구직단념자로 분류된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로 포함돼 실업률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위의 두 사례는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케이스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못하는 청년실업자들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청년실업률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의 문제가 별로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발표한 실업률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3%대, 청년실업률은 올해 2월까지 3개월간 8%대를 기록했다. OECD국가가 지난 3년 동안 8%대의 실업률을 보인 것과 비교할 때, 정부 공식 통계상 실업률을 놓고 보면 '완전고용'에 가깝다. 주변의 수많은 '백수'들이 보면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수치다.
정부는 이에 대해 '국제기준에 따라 국제비교가 가능하도록 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통계청은 <뉴스토마토>의 17일자 기사에 대한 해명자료에서 "사실과 다르다"며 "통계청은 국제기준(ILO)에 따라 국제비교가 가능토록 실업자 통계를 작성.공표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가에서도 동 기준에 따라 고용통계를 작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취업준비자와 같은 인구를 구직의중에 따라 '주관적인 느낌'으로 실업자 여부를 판단한다면 실업지표는 객관성과 비교성 등이 결여되게 되고,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기준은 '구직활동 여부'를 실업자 구분기준으로 명시하여 객관적인 지표가 작성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업 정규직 취업을 기다리는 사람은 (1시간 이상 일한 사람이므로) 국제기준에 따라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인구가 아닌 취업자로 조사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계청의 주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선 '국제통계'의 기준이 정확하지 않다. '객관성, 비교성'을 위해 국제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다고 하지만 국제기준을 '주관적'으로 적용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의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기간을 1주일로 잡고 이 기간중 구직활동을 벌여 1시간 이상 일하면 취업자, 그렇지 않을 경우 실업자로 구분한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권고사항의 실업률 통계는 구직활동기간을 4주로 잡고 있다.
정부는 2005년 하반기부터 ILO의 '구직활동 기간 1주' 기준이 아닌 OECD의 '구직활동 기간 4주'를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해 왔다. 2월 고용률 57.1%는 '4주간 구직활동기간'을 통해 산출한 수치다.
또 고용률에 대해서는 OECD비교기준(15~64세)으로 참고지표를 별도로 발표하면서 OECD기준 실업률은 따로 발표하지 않는다.
또 있다. 통계청은 전체 실업률과 별도로 청년실업률(15~29세)을 발표하는데 여기서는 지난 1주일간 구직활동을 한 청년층을 기준으로 한다.
OECD는 15~24세 중 4주간 구직활동을 한 적이 있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는데, 한국의 경우 군복무가 의무화돼 있어 청년실업 범위를 15~29세로 넓게 잡는 ILO기준을 채택한다. 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산출된 OECD국가의 청년실업률과는 비교를 할 수 없는 지표이다.
OECD국가들은 실직후 10일 이상이 지나면 실업급여와 실업보험을 받으며 실업자 의사를 충분히 밝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실업률에 반영되지 않는 '비경제 활동인구'에 편입돼 버린다는 것이다.
유럽 등의 선진국이라면 정부의 실업보험수당을 받으며 구직활동을 하는 실업자로 분류될 사람이 급한 대로 '알바' 를 하면서 취업자로 분류된 채 추가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알바'를 하면서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취업자'로 분류되고, 경기침체로 구직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실업자, 고시생 등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돼 아예 실업자 통계에서 누락되고 있는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이러니 체감하는 실업률과 정부 공식 통계가 다를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객관성'을 이유로 국제기준을 통계에 적용하려면 '원칙'이 있어야 한다. 정부에 유리한 수치를 얻기 위해 원칙없이 국제통계를 적용하는 것이야말로 '객관성'을 훼손하는 통계작성이다.
백보 양보해서, 국제기준에 따라 통계를 작성한다고 해도, 그것이 우리나라의 특수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이를 보완할 현실적 통계를 따로 작성해 공개해야 할 책임이 있다. 현실과 다른데도 무조건 '국제기준'의 잣대만 들이대거나 '현실을 반영한 통계를 작성하라'는 비판에 대해 '공식통계를 훼손시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소리다.
통계지표는 '국제비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파악해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 내는 자료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