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25%로 동결한 것은 대외 불안요인에 기인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경기의 둔화 지속가능성, 유럽 지역의 국가채무문제 확산, 국제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하방 위험요인이 커졌다고 한은은 판단했다. 물가라는 대내요인보다 금융불안이라는 대외요인에 무게를 둔 것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통화정책 방향 간담회에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위험요인의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며 " 금리 결정에 있어 인플레가 매우 중요한 변수지만 성장, 대외여건 등 다른 변수들을 고려해야 한다"며 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글로벌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자칫 금리를 올리면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총재가 “대외 불안요인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분석하는 게 먼저다”고 언급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 경기 위축 우려로 미국이 향후 2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영국과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동결하는 등 양적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우리만 금리를 인상하기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 대외불확실성..연내 추가인상 ‘어려워’
전문가들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진단했다. 금융시장이 출렁거리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란 얘기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물가는 경기 둔화시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큰 지금은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추스리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김 총재가 경제의 견실한 성장을 기조로 하는 금리 정상화 수순을 밟겠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 향후 금리정책이 보다 유연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향후 금리 전망도 인상 기조에서 중립으로 바뀌고 있는 분위기다.
박혁수 현대증권 채권연구원은 "8월 금통위를 계기로 인상기조에서 중립으로 의견을 바꿨다"며 "주변 여건에 따라서 인상이나 인하 모두 열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무라 증권도 "한국은 GDP 의 51%를 수출이 차지하는 등 해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내년 2월까지 동결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금리 동결로 인플레 부담 커져
문제는 금리 동결로 물가 상승압력이 더욱 가중될 것이란 점이다. 이미 소비자물가상승률은 7개월 연속 4%를 웃돌았고 근원 인플레이션율도 3.8%로 올 들어 최고치다. 한은도 통화정책 방향을 통해 "향후 경기상승기조에 따른 수요 압력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결국 한은이 제시한 물가 목표치 4% 달성은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이에 김 총재는 "현재로선 물가 목표치인 4%를 수정할 의향이 없다" 면서도 "다만 쉬운 목표도 아니다"고 털어놨다.
다만, 최근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경기둔화 우려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고 기저효과 등으로 향후 물가상승압력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금융권관계자는 "한은이 금리정책으로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며 " 한은은 이제 유가가 하락하거나 폭우, 폭설 등 기상이변이 일어나지 않기만을 바라는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