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 손지연기자] 기획재정부가 야권과 시민단체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아온 '부자감세' 등 세금정책과 관련해 이를 '감세조정이나 증세를 검토하겠다'고 기존 입장과 다른 발언을 내놓았다가, 반나절만에 '이런 발언을 한 적 없다'고 뒤집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홍남기 기획재정부 대변인은 16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2013년 균형재정으로 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논의가 어제(15일) 있었다"며 "세입 측면에서는 세입 확충노력을 세출 측면에서는 조정노력을 병행할 것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홍 대변인은 "(감세 조정이) 제기될 수 있는 메뉴로, 모든 게 열려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법인세 인하 등 현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에 대한 수정도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앞서 1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부 주요 실ㆍ국장들을 긴급소집해 글로벌 재정위기 동향을 점검하고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한 방안들을 논의한 바 있다.
이는 같은날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전 세계적인 재정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건전성에 역점을 두고 자신의 임기가 끝나는 2013년까지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는 언급과 무관하지 않다.
대통령의 '재정건전성' 발언에 재정부가 서둘러 세제 개편 구상을 하다 지금까지의 '감세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내놓은 게 화근이었다.
대변인의 '증세 또는 감세 조정 검토'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고 'MB 정부의 트레이드마크인 부자감세 기조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자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관련 내용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는 해명자료를 긴급히 냈다.
홍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발언에 대해 "감세조정 논의까지 있었던 것으로 오해가 된 것 같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홍 대변인은 "오전에 말한 모든 게 열려있다라는 말이 감세조정과 철회 논의 등으로 보도됐다"며 "2013년 균형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어제(15일) 회의에서 세입과 세출측면에서 꼼꼼히 짚어보겠다는 일반론적인 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감세철회나 조정은 전혀 논의가 없었다"며 "어제 회의에서 세수확보와 같은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고 지출과 관련해 포퓰리즘 성격의 지출부분은 재정 원칙을 가지고 대응하고, 맞춤형 복지에 대해서는 현재의 기조에 따라 예산편성을 하자는 지출 원칙만을 말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감세철회 기조의 변화는 없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대변인은 "입장의 변화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재정부 해프닝에 대해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부자감세를 철회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사회복지 분야의 투자를 모른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강화하자는 대통령의 발언에 공직자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국정 기조의 변화없이 단순히 수사에만 그친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의 '공생발전'과 국가 재정건전성의 중요성이 결국 '자가당착'적인 정책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GDP대비 0.4% 로 재정적자를 줄이면 된다"며 "결국 속도의 문제인데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겠냐"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변을 보류했다.
오건호 실장은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과 감세 철회나 증세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만 하고 있지 구체적인 재정건전성을 위한 로드맵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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