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타인간의 비공개 대화내용을 공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 통신비밀보호법 16조 1항 2호는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30일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입수한 다음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이 제청한 헌법소원심판에 대해 재판관 7명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조항은 개인간 대화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고,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내용을 공개하거나 누설한 자를 처벌하는 것은 목적달성을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시했다.
또 "대화내용의 취득이 불법적인 이상 그 대화내용을 다시 입수하는 과정에 위법이 없었다고 해서 그 대화의 공개로 인한 비밀침해의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며 "예외적으로 중대한 공익을 위해 타인간의 대화의 공개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는 일정한 경우 형법 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통신비밀이 침해될 우려가 큰데, 해당 법률조항에 의한 표현의 자유의 제한 정도가 해당 법률조항이 보호하는 개인의 대화의 비밀에 비해 크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강국 소장은 "해당 법률조항은 불법감청, 녹음 등으로 얻은 정보라고 하더라도 이를 합법적으로 취득한 자가 공개 또는 누설하더라도 그것이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따로 두지 않음으로써 상호 충돌하는 기본권 중 통신의 비밀만을 일방적으로 보호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을 소홀히 하거나 포기한 것이에서 그 범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며 반대의견을 냈다.
노 전 의원은 1997년 9월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를 녹취한 안기부의 파일을 입수한 다음 보도자료를 통해 무단으로 언론에 배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노 전 의원은 혐의사실의 근거가 된 통신비밀보호법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며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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