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미국산 수입소에 대한 광우병 우려를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대법원이 원심대로 무죄를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정부나 국가기관의 정책결정 등에 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 명예훼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점을 사법부가 명백히 지적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사건의 쟁점은 크게 다섯가지. ▲이른바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의 광우병 감염 가능성 여부와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이 광우병인지 여부 ▲광우병 인자로 알려진 프리온이 집중된 특정위험물질 수입 여부 ▲'한국인 유전자형'과 광우병 감염 확률 ▲정부 협상단의 태도 등이 문제가 됐다.
1심 재판부는 다섯가지 쟁점 모두에 대해 허위성이 없다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다우너 소' 부분과 '아레사 빈슨', '한국인의 유전자형과 광우병' 부분에 대해서는 허위성을 일부 인정했다.
소가 주저앉는 증상엔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고, 아레사 빈슨의 사망원인도 부검결과 광우병이 아니었던 점, 한국인의 유전자형의 특성상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점도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재판부는 다만, "PD수첩 제작진이 고의로 허위사실을 만들어 내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재판부는 "원심이, PD수첩의 방송보도 내용 중의 일부가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된 허위사실의 적시에 해당한다고 하면서도, 국민의 먹을거리와 이에 대한 정부 정책에 관한 여론형성이나 공개토론에 이바지할 수 있는 공공성 및 사회성을 지닌 사안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에서 PD수첩 제작진에게 명예훼손의 죄책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허위사실의 적시로 인정되는 방송보도 내용이 공직자인 피해자들의 명예와 직접적인 연관을 갖는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 대한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으로 볼 수도 없다"고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정부의 정책결정이나 업무수행에 관여한 공직자 개인의 명예훼손이라는 형태로 언론종사자를 처벌하는 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백히 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명예라는 법익충돌을 해결하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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