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물가 4%대 예상..정부 물가관리 백기들었나?

입력 : 2011-09-30 오후 4:41:41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9월에도 물가가 4%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결국 물가관리에 사실상 '백기'를 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물가관계장관회의를 갖고 "수입원자재와 수입 농산물 가격 변동폭이 확대됨에 따라 물가 관리에 여전히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가관리 어려움을 호소한 이날 회의에서 박 장관의 대책은 '모니터링'이었다.
 
그는 "수입 농산물, 공산품 등 환율 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품목의 수급과 가격동향을 모니터링해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관련 협회 등과 민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상반기 동안 이렇다할 물가대책을 못내놓으면서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5.3%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구나 환율이 급등하면서 물가의 동반 상승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정부대책이 '모니터링' 밖에 없자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상 정부가 물가관리에 손을 놓고 백기를 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저효과만 바라보고 9월물가 둔화 예상?
 
이날 박 장관은 "이번 달에는 소비자 물가 상승폭이 8월보다 둔화된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9월 소비자 물가가 지난 8월 소비자 물가 5.3%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위원은 "9월 소비자 물가가 3% 후반대로 나올 수 있다"고까지 예상했다. 즉 지난해 9월 물가 상승률이 높아, 올해 9월 물가가 많이 올라도 통계적으로 상승률이 낮게 나타날 것이라는 해석이다.
 
전문가들은 기저효과를 두고 9월 물가가 둔화된다는 당국의 물가인식이 안이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기저효과가 반영된 물가지수는 체감물가와 괴리가 더 벌어진다"며 "다음달 4일 발표하는 9월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와 비교하기보다는 전월비를 기준으로 비교하는게 옳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9월 소비자 동향지수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달에 견줘 0.1%포인트 상승한 4.3%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 11월(4.3%)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을 경우 임금이나 서비스요금 등의 인상 압력이 높아지면서 물가상승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
 
◇환율 급상승..당국 '모니터링' 말고 할게 없나
 
환율도 큰 문제다.
 
정부가 기저효과에 따라 9월 이후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예측하지만 당국 역시 환율 변수가 불거지면서 물가 안정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인식때문에 이날 박 장관은 최근 환율변동성이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수입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제품과 수입농산물 가격 변동 폭이 높아지면서 여전히 물가 관리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보다 4.60원 높은 1178.10원에 마감했다. 이틀 연속 상승세로 지난달 1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1048원90전)와 비교하면 두 달도 안 돼 11% 넘게 뛰었다.
 
환율이 급등하면 곧 수입물가에 영향을 준다. 재정부에 따르면 환율이 10% 상승하면 소비자물가는 연간 0.8% 포인트 상승한다.
 
지난 5월 이후 석달 연속 하락했던 수입물가는 환율상승 여파로 지난 8월부터 오름세로 전환됐다. 환율 상승으로 곡물가 등 수입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일으키고, 제품 연관성이 높은 공산품이나 기계류 등 수입 완제품 가격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이 1100원대 후반에서 높게 유지된다면 9월 물가도 최소한 4%후반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구두개입과 실 개입을 하고 있지만 세계적인 금융불안과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으로 환율급등세는 완화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말그대로 '모니터링'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모양새다.
 
◇고환율·고물가..세수확보 위해 방치
 
지난 27일 발표된 정부의 2012년도 예산안에 따라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물가를 방치한다는 의심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7일 류성걸 재정부 2차관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치를 5%에서 4%중반대로 조정했지만 세수가 늘어난 것은 세수를 경상성장률로 봤기 때문"이라며 "경상성장률은 실질 성장률에 물가상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즉, 실질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경상성장률이 높아져 세수가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같은날 김동연 예산실장은 "환율을 높게 잡으면 세수가 더 들어와 재정당국 입장에서 환율을 높게 잡을 수록 유리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내년 예산편성 기준환율은 1070원으로 6~8월까지 과거 3개월간 평균으로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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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