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부처간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한미정상이 통화스왑 논의를 했네 안했네 해프닝을 벌인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19일 정부는 돌연 일본과 대규모로 통화스왑을 확대했다.
그동안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통화스왑 추진은 자칫 한국이 외환사정이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한미 통화스왑이 필요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한일정상이 통화스왑 확대에 합의를 하자 같은날 신제윤 재정부 차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는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먼저 요청했다"고 밝혔을 뿐만 아니라 협의 시기를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락과 그리스 재정위기가 번지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고 답했다.
20일 박 장관은 또 다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한미 통화스왑은 이야기를 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번 한미 정상 합의문에 '2008년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때문에 외환과 환율 미치는 영향 줄이기 위해 양국이 실무적으로 긴밀히 협의한다'는 진전된 문안이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한미통화스왑 논의를 했다는 것인지, 안했다는 것인지 여전히 모호한 발언이다.
물론 협의과정에 대해 그때그때 브리핑을 할 수는 없다. 오히려 '노련한 수사'를 통해 우리에게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야 한다.
문제는 박 장관의 발언이 '노련함'보다는 '어리숙함'으로 보인다는 데 있다.
이는 지난 9월 '2011세법개정안' 발표때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세법개정안을 통해 현 정부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감세'가 사실상 철회되면서 직전까지도 감세정책을 고수했던 박 장관의 입장이 난처해졌기 때문이다.
박 장관은 "당으로부터 밀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며 "(감세철회)당일 갑자기 된 것은 아니고 상당히 물밑에서 조율이 있어 왔다"고 밝혔지만 체면을 구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당시 박 장관이 감세 철회 논의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으로 '감세고수'를 강조했을 뿐인지, 정치권의 기세에 눌려 소신을 버린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오락가락'하는 재정장관이 된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한미통화스왑은 부자감세정책과는 격이 다르다. 한미통화스왑은 국제 금융계에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한 시그널을 제공하고, 우리 외환사정에 대한 확실한 신뢰를 담보한다.
"외환사정이 급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통화스왑은 필요하지 않다"는 박장관의 발언 결과가 한일통화스왑 확대로 이어진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여전히 "한미 통화스왑은 이야기를 한 바 없다"는 박 장관의 발언이 하루사이에 바뀔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기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