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현기자]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신임 서울시장이 됨에 따라 한강변을 중심으로 재건축을 추진중인 아파트들의 사업이 중단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침체기에 빠져 있는 재건축 시장에 박 신임 시장의 취임이 큰 영향을 끼치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노후 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허용 연한 완화 가능성도 박 신임시장이 선별적으로 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에 현재 상태에선 크게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 전략·유도 정비구역 주민들 '들썩'.."성수 제외하고는 미지수"
부동산 시장에서는 한강 주변의 이른바 전략·유도정비구역 주민들이 들썩이고 있다. 박 신임 시장이 선거 때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대표적인 전시성 사업으로 규정하고 중단시키겠다는 의견을 여러번 보여왔기 때문이다.
전략정비구역은 성수·여의도·합정·이촌·압구정지구 등 총 5곳, 유도정비구역은 망원·당산·반포·구의자양·잠실지구 등 5곳이다.
이중 성수지구는 이미 구역지정이 되는 등 정비계획이 세워졌지만 나머지 구역은 앞으로 사업추진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이들 지역은 주민들이 높은 기부채납율을 이유로 사업추진을 반대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에 박 신임 시장이 이들 정비구역을 축소하거나 없앨 개연성이 높아진 상태다.
압구정동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높은 기부채납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주민들이 초고층 빌딩의 추진을 원한다"며 "사업이 무산되지 않도록 서울시에서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박 신임시장의 당선이 재건축 사업 추진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그동안 정부와 서울시에서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완화, 재건축 단계 간소화 등 규제를 많이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시장이 계속 약세에 있다"며 "박 신임 시장이 재건축 속도의 필요성을 강조하긴 했지만 재건축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다만 이미 주민설명회를 마치고 가장 빠르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성수·압구정 지역의 사업속도에 다른 나머지 지역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 재건축 혜택지역 제한적.."선별적으로 허용 연한 완화"
재건축 허용 연한은 현재 40년에서 일부 지역에 한해 완화될 것인지도 관심사다. 서울의 준공된지 2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가 들어선 단지는 허용 연한이 줄어들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에서 강남권을 제외하고 재건축 연한 완화 재검토 대상이 될 아파트가 가장 많은 곳은 노원구다.
만약 재건축 허용연한을 줄이면 혜택을 보게 되는 가구수는 노원구가 6만2189가구로 가장 많고, 다음이 양천구(3만1037가구), 도봉구(2만9315가구) 순이다.
닥터아파트 관계자는 "특히 도봉구의 경우 최근 5년간 신규 아파트 공급이 594가구로 금천구(582가구)에 이어 두번째로 작았기 때문에 만약 허용 연한이 줄면 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나경원 후보가 비강남권에 한해 재건축 연한 시기를 20년으로 일괄해 줄이겠다고 공약한 것과 달리 달리 박 신임 시장은 내진설계가 안돼 있거나 주민들의 불편이 심한 곳 등 단지별 특성에 맞게 재건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불확실한 측면이 많다.
실제 일부 지역에서 재건축 허용연한이 줄어든다 해도 그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영호 닥터아파트 리서치연구소장은 "비강남권 허용 연한이 풀어진다고 해도 안전진단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시장이 바뀌진 않을 것"이라며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공공임대 시장은 크게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신임시장은 서울시장 임기인 2014년 6월까지 공공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 한 바 있다.
부동산114 관계자는 "SH공사의 부채가 많아 임대주택 8만 가구를 공급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박 시장이 민간 업체의 재고 물량을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한 만큼 원만히 추진되리라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