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20년 만에 한 팀을 이룬 '남북 탁구'가 지난 23일 '피스 앤드 스포츠컵'에서 우승했다. 오랜만에 남북이 하나됨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남북관계는 경색돼 있지만 스포츠를 통해 화합을 다지고 남북의 거리를 좁히는 모습은 종종 있어왔다. 이같은 스포츠의 힘이 한국과 일본 통화스왑(통화 맞교환)에서도 일어난 것으로 확인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0월 한국과 일본은 통화스왑 규모를 130억달러에서 700억달러로 확대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과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 금융시장도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한·일통화스왑은 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경제당국의 협조가 처음부터 긴밀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을 체결할 당시 IMF는 한국에 58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주선했지만 자기자금 210억달러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G7국가에 요청을 해야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일본에 100억달러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이를 거절했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일본의 잇따른 망언과 독도문제 등으로 김영삼 전 대통령이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발언하는 등 한일 관계가 순탄하지 않은 상황.
이 때문에 당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었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네트워크 친밀도'가 중요하다"며, 한·일 양국간 재무 공무원들의 축구 친선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우선 2000년 일본 재무성 축구 동아리가 우리 재정부의 초청을 받아 첫 친선경기를 치뤘고, 이후 지난해까지 번갈아 가며 친선경기를 치뤘다.
5월~6월 사이에 치뤄지는 축구경기는 올해는 일본 대지진으로 취소돼 이뤄지지 않았지만 축구동아리 회장인 최종구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동아리 차원의 위로서신을 보냈고, 일본측에서도 답신을 해왔다.
재정부 축구동아리는 현역 공무원만 130명, OB들이 100여명에 이른다.
지난 8월 YB와 OB간의 경기에서 박재완 재정부 장관의 시축과 함께,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도 직접 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구동아리 회원인 김익주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장은 한·일간 친선 축구에 대해 "협력이라는 차원에서 한·일간 공무원들의 친선을 도모하고 업무 이해를 높인다"고 평가했다.
역시 축구동아리에서 활동중인 이계문 기획재정담당관도 "한·일 재무장관회의가 있으면 축구 이야기로 화제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고, 회의나 회담 분위기를 유연하게 한다"고 밝혔다.
친선 축구가 한·일 통화스왑 확대의 주된 원인은 아니겠지만 한·일 양국 재무 공무원들의 친밀도가 높아질 수록 양국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