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건강보험재정 통합에 대한 위헌 여부를 묻는 소송은 이미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될 당시인 2000년 제기돼 헌법재판소에서 합헌결정을 받았다.
◇2000년 첫 헌재결정 "건보재정 통합은 합헌"
1999년 2월 직장조합과 지역조합을 통합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이 통과되자 같은 해 5월 직장보험 가입자들이 자신들의 재산권과 평등권이 침해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들은 또 “자영업자 소득파악률이 23%에 불과한 현실에서 의료보험을 통합하면 직장인 보험료만 인상시키게 되므로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이 80%에 이를 때까지는 의료보험 통합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헌법재판소는 법 시행일인 2000년 7월1일을 이틀 남겨둔 6월29일 재판관 전원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적립금에는 사법상의 재산권과 비교될 만한 최소한의 재산권적 특성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며 "따라서 의료보험조합의 적립금은 헌법 제23조에 의하여 보장되는 재산권의 보호대상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 보험료를 납부해 적립된 기금은 보험료를 납부한 개개인의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이어 "이원화된 건보료 부과체계는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려해 규정한 것"이라며 "그 자체로서는 평등의 원칙 관점에서 헌법적으로 하자가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고려하는 재정위원회가 보험료 분담률을 조정해 부담의 평등을 보장할 수 있는 만큼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통합을 규정하는 법은 헌법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설명했다.
◇첫 헌재결정에도 단서는 있었다. "지역가입자 소득파악률 높여야"
하지만 이 당시 헌재 결정문에는 중요한 대목이 있다.
헌재는 "자영자의 소득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두 집단을 하나로 묶고자 하는 의료보험통합의 가장 큰 난제는 재정통합의 문제임과 동시에 통합 이후 보험료를 어떻게 형평에 맞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에게 나누어 부담시킬 것인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의료보험 통합에 가장 큰 난제를 지적한 것이다.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는 직장가입자와 소득파악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도시자영업자 간의 형평성이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헌재는 이어 "소득형태와 소득파악율에 있어서 본질적으로 이질적인 직장·지역가입자 집단의 통합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법은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 또는 객관적인 소득추정을 위하여 재정통합시까지 1년 반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고, 한편으로는 재정이 통합되는 2002. 1. 1. 이후에도 지역가입자의 소득이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방안을 통하여 파악 또는 추정될 때까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모두의 이익을 함께 적절하게 고려하는 재정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을 통하여 직장·지역가입자 사이의 보험료 분담율을 조정할 수 있고, 이로써 보험료를 직장가입자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정할 수 있으므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하여 운영하도록 하는 규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설명했다.
헌재의 결정 취지는 일종의 '조건부'라고도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다. 즉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에 관하여 향후 제도적으로 보완하여 직장가입자들에게 불리하지 않게끔 보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놓은 것이다.
◇2008년, 그리고 2009년의 연이은 헌법소원
헌재의 결정으로 일단락되는가 싶었던 건보재정 통합문제는 2008년에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이 당시 동북아메디컬포럼 대표로 있으면서 55명과 함께 헌법소원을 내면서 다시 불거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청구인 자격' 하자 등이 문제가 되어 중단됐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된 경 회장은 2009년 6월 2일 또 다시 건강보험 재정통합에 대한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재청구했다.
이 헌법소원 역시 '공단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재정을 통합해 운영한다'(국민건강보험법 제33조 2항) 등 총 6개 조항을 문제삼고 있다.
현재 직장인은 월 보수를 기준으로 4.48%를 본인과 직장이 50%씩 부담하여 낸다.
반면 지역 가입자는소득·재산·자동차·가구원수(성, 연령) 등을 종합하여 점수로 만들어서 부과하고, 보험료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 주는데, 국고에서 35%, 건강증진기금에서 15%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이 손해여서 평등권,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 청구인의 주장이다.
이같은 내용의 헌법소원이 제기된 이후 지난 3년 간 10여 차례에 걸쳐 청구인 측과 공단 측의 서면공방이 진행돼 왔다.
헌재는 '건강보험 통합'의 위헌 판결 여부에 앞서 오는 8일 오후 4시 공개변론을 열고, 이르면 이달 중에 선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