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남편 월급과 애들 성적만 빼고 정말 다 올랐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버스와 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과 관련해 인상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한지 한달 만인 8일 서울시의회가 하수도 요금을 7년만에 인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6월 '지방 공공요금 가이드 라인'을 발표하면서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기요금, 철도요금 등 각종 공공요금이 시간차를 두고 계속 오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을 부채질 한 것은 중앙정부다. 지방 공공요금은 가이드라인까지 정해 무분별한 인상을 막겠다면서도 전기요금을 올해 두 차례나 올려 그 여파가 지방공공요금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 사상 처음 한해 두번 올린 전기료.."공공요금 방아쇠 당겼다"
지난 2일 지식경제부는 8월에 이어 4개월 만에 전기요금 인상 방침을 다시 밝혔다. 연간 두 차례 인상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지난 5일부터 전기요금은 평균 4.5%인상분이 적용됐다.
정부는 겨울철 전력수요 억제를 위해 요금인상이 불가피했다지만 그 배경은 결국 한국전력의 적자를 만회하려는 목적이다.
이처럼 공기업의 적자보전을 이유로 고속도로 통행료와 KTX 등 철도 운임도 인상됐다.
정부는 지난달 고속도로 통행료를 2006년 이후 5년만에 평균 2.9%(기본요금 4.4%, 주행요금 2.2%)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역시 도로공사의 재무구조 악화에 따른 불가피한 인상이라는게 국토해양부의 설명이다.
철도 운임도 이달 안으로 2.93% 인상된다. KTX가 3.3%로 가장 인상 폭이 크고 새마을과 무궁화호는 각각 2.2%, 2.0%씩 오른다. 통근열차 요금은 동결된다.
철도 운임은 2007년 이후 4년만에 인상되는 것이다. 그동안 동력비와 유류비 등 물가 관련 직접 비용만 반영할 경우 최소 7% 인상이 필요하지만, 그나마 서민 부담을 감안한 인상폭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아울러 버스와 지하철, 상·하수도 등 전국의 공공요금도 잇따라 요동치고 있다.
경기와 인천의 버스요금이 지난달 26일부터 1000원으로, 부산도시철도 요금 역시 이달부터 1100원으로 요금이 각각 11.1%인상됐다. 경기와 인천의 버스요금은 내년 6월부터 일반형 버스요금이 100원 추가 인상될 예정이다. 서울시도 박원순 시장이 공공요금 인상방침이 없다고 밝혔지만 적자폭을 고려하면 인상으로부터 자유로울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강원도의 버스요금과 대전과 대구,광주의 지하철 요금도 이미 지난 7월 각각 1100원으로 150원 올렸고, 대전과 울산은 시내버스 요금을 1100원으로 150원 인상했다.
앞서 지난 7월 전북 전주시가 상수도 요금과 하수도 요금을 각각18.36%, 90.9%(가정용 기준) 인상했다. 서울시 하수도 요금도 8일 서울시의회 건설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내년 3월부터 최대 47% 인상된다.
서울시의 하수도 요금 인상과 함께 인천시도 이달중으로 하수도 사용료를 평균 30% 올릴 예정이다. 울산시도 내년도 상·하수도 요금을 각각 13.5%와 13.99%씩 인상할 계획이다.
◇ 행안부, '공공요금 가이드라인' 무용지물 되나
고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경제사정이 더욱 열악해지는 상황에서 지방공공요금 인상이 물가상승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는 올해 상반기부터 누차 지적돼 왔다.
정부도 이를 인식하고 지난 6월 지방 공공요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당시 정부는 "무분별하고 과도한 공공요금 인상이 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며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공공요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하반기 공공요금을 올렸거나 내년 인상계획을 잡고 있는 지방정부 관계자들은 "중앙정부에서 지방 교부금을 증액시키든지 대책을 먼저 세워주고 공공요금 동결을 요구해야 한다"며 "대책은 없이 지난해부터 계속 공공요금 동결을 지시하고 있다"고 지방정부의 형편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동호 행안부 지역경제과 물가담당 사무관은 "오늘(8일) 서울시의회의 하수도 요금 인상안과 관련해 공식 물가담당관 회의를 2시30분부터 시작했다"며 "국장급, 부지사급 등 시도별 물가담당관 회의를 한달에 두번정도 진행하며, 동향을 공유하고 가이드 라인을 적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상 수년간의 요금 동결로 인한 적자부분을 현실화시켜야 하지만 시민들의 불안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인상시기를 분산하고 폭을 조절하는 등 시도별 공공요금 가이드라인에 의한 과정을 거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자체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공공요금이 원가에 못 미쳐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으로 공공요금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가이드 라인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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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