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정부가 1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에 대해 조의를 표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인해 공안정국으로 변질됐던 사례를 들어 현 정부에서도 조의보다는 공안정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우선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이 트위터를 통해 공식적인 조의를 표했다. 원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조의를 표합니다"며 "정부도 정중하고 예의갖춘 조의 표명이 필요하다"는 글을 남겼다.
원 의원의 글은 곧 보수진영으로부터 '북한 김정일 정권을 옹호하는 것이냐'는 비판을 받았고 다시 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일 사망 조의 표명은 평가와 무관하다"며 "북한에 대한 주도적 관리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고 북한을 중국과 미국의 관리상대로 넘기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후에도 논란이 거세지자 원 의원은 "김일성 사망 당시 조문 논란과 북한 붕괴론등을 앞세워 남북관계 계기를 못 만들고 정권 말까지 시간을 보낸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보수진영의 비판에 대한 원희룡 의원의 반론은 지난 1994년 7월8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망에 따른 한반도 정세를 순식간에 얼어붙게 했던 사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남북정상회담은 김일성 주석의 사망으로 무산됐으며, 김영삼 정부는 북한의 붕괴나 도발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아울러 당시 야당을 비롯한 일부 정치권과 민간단체가 추진한 조문을 가로막고 공안정국을 조성해 남북관계는 김영삼 정부 내내 파탄으로 치달았다.
당시 보수언론과 시민단체 등은 "한국전쟁의 원흉을 주석으로 부를 수 있는가"라며 비난을 퍼붓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
더구나 현재 악화된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 조의표명보다는 대북정책이 더욱 강하게 추진될 수 있다는 견해가 높다. '천안함ㆍ연평도 사태'등 북한의 성의있는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조의를 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장 이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 사망과 관련,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시되는 친북 관련 글을 집중 모니터하고 별도 채증작업을 거쳐 신속하게 심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인터넷을 통해 확인되지 않는 '악성 루머'나 '허위사실' 등을 유포해 정치ㆍ경제ㆍ사회적으로 국민 불안을 초래하거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심의 업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방통심의위의 결정 소식에 인터넷과 트위터 등 SNS공간은 "공안정국 오는 것인가"(jo****), "김정일 사망을 정치에 이용 말기를"(da****)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사망 이슈에) 디도스, 최태원, 론스타 등이 덮일까 하는 속 좁은 걱정을 하게 된다"(Di****)등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음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한편,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는 남편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6.15 공동선언을 발표해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에 이정표를 만들었다"며 "2009년 8월 남편이 서거했을때 조문특사단을 서울에 보내주신만큼 조문을 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일각에서는 북한이 고(故)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때 각각 조문단을 보낸데다 냉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의 표시의 필요성을 거론하는 상황이다.
최은석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94년과 비교할 때 상황이 다르다"며 "지금은 개성공단에 남아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이 존재하고, 김정일은 '미우나 고우나'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인물로 정치적인 측면보다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정부차원의 조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는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구성된 북측 장의위원회가 "외국의 조의 대표단을 받지 않기로 한다"고 밝힌 만큼 국내 여론이나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