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일 전해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은 정치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이 국내 정치 이슈들을 묻어버리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표면상으로는 ‘디도스 파문’, BBK 재판 재개,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여권을 궁지로 몰았던 사안들이 일시에 잠잠해진 것처럼 보인다.
◇ “김정일 사망, ‘이슈 블랙홀’ 아니다” SNS 통해 확산
하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과 한나라당에게 제기된 의혹들이 그냥 묻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 위원장 사망이 워낙 큰 사건이라 정부는 물론 여·야 할 것 없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이에 ‘물타기’ 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네티즌들은 트위터를 통해 해당 소식이 놀랍기는 하지만 모든 언론의 관심이 이에 집중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오히려 언론이 다른 이슈들을 다루지 않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제기된 의혹들을 잊지 말자는 멘션이 쇄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김정일 사망뉴스 좀 그만 때려라. 큰 사건이긴 하다만 너무 하네? 그럴수록 우린 눈 더 크게 뜨고 있다”며 “작작 해야 그게 가려지지. 가카 퇴임까지 우려먹을 기세”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SNS가 없었다면 김정일의 사망은 확실하게 정부, 여당에게 물타기의 호재였을 것이다. 그동안의 문제들이 또 휩쓸렸을 것이다. 물론 기존매체들은 김정일 사망으로 북한이 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도발할 수도 있다고 겁주면서. 하지만 이젠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트위터에는 “계속될 것으로 추정되는 물타기의 쓰나미 속에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디도스, FTA, BBK 등 할 일 하자는 것이 SNS의 의견!”, “물타기 조심합시다. 어쩜 타이밍이 이렇게 절묘할 수가”, “북한 물타기 절대 금지. 초점을 맞춰야. 늘 북한문제로 물타려는 저들에게 틈을 주지 말아야”, “타임라인에 김정일은 있는데 윤봉길은 없네요. 19일은 윤봉길의사의 순국 79주기입니다” 등의 글이 올라오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 SNS 저변 확대 + 학습효과, 시민들 각성 불러와
이처럼 김 위원장의 사망과는 별개로 국내 정치이슈들이 다뤄져야 한다는 분위기는 네티즌을 중심으로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초기의 충격파 때문에 이슈들이 묻힌 것처럼 보일 뿐 시간이 흘러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 다시 거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과거에는 정보의 습득 창구가 신문·방송이 전부였지만 인터넷의 보급으로 이제는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구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자신의 목소리를 언론처럼 직접 표출하는 것이 가능한 SNS의 저변 확대가 더해지면서 하나의 이슈로 다른 이슈들 모두를 덮는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또 특정 이슈가 다른 이슈를 덮으면서 잊혀지는 과정을 몇 차례 거치면서 학습효과가 더해졌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이 '이슈의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은, 적어도 인터넷상에서는 힘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