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세계경제 침체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달 25일경 발표할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도 세계 성장률 예상치를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구나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우리 경기는 전반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KDI는 최근 'KDI 경제동향' 1월호를 펴내고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완만히 둔화되고 내수도 다소 약화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물가도 비상이다. 새해부터 정부가 물가안정책임제를 실시한다며 물가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물가는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올해 주요 설 성수품 가격이 예년 평균보다 10% 이상 올랐고, 서울 가락시장에서 거래되는 설 성수품 18개 품목의 가격은 최근 5년간 설 직전 21일간 평균가격보다 13.8% 높았다.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생산자물가'는 6.1%로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올해 3.7%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올해 상반기 3%대 초반까지 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어서 유럽발 재정위기와 북한리스크가 확대되면 3%마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 상태로 가면 저성장과 고물가라는 이중고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를 덮치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정부는,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경기 하강이 우려되고, 경기를 부양하려면 물가가 불안해지는 진퇴양난의 늪에 빠져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부 학자들의 의견이라고 전제하며 "우리 세대에 경험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급 측면의 새로운 제품과 환경을 고려한 제품 개발을 하지 않고서는 물가가 오르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며 "새로운 성장 엔진이 나와야 지갑을 열게 하는 조건을 만들텐데, 공급 측면의 구조적 개선이라는 것이 시간이 걸리고 지금은 위기의 시작도 아닌 단계"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이 지적한 것처럼 '우리세대의 경험하지 말았어야 할 일'들은 경제고통지수에서도 확인된다. 지난달 통계청이 밝힌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해(10월까지)평균 7.5를 기록했다. 이는 2001년과 2008년에 이어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다.
한국은행 역시 세계경기둔화의 여파로 인해 가계고통 수치가 올해 상반기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9일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전과 비교한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3.5%줄었다. 소비자 물가가 4%나 뛰었지만, 임금은 별로 오르지 않아 실제 노동자가 받는 월급이 줄어든 것이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말 중요한 것은 근로자의 실질소득의 개선인데, 물가가 만만치 않고 경기가 안좋아서 전반적으로 가계소득 수준이 정체되거나 더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는 4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선심성 공약을 내세우고 재정지출을 상반기 집중하면 실질소득 감소가 완충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둔화해 실업률이 높아져 소득이 줄어들면 가계가 느끼는 고통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억눌렸던 공공ㆍ개인서비스 요금이 오르고 지난해 실질임금 감소를 경험한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지면 물가 불안은 더 심해질 수 있다.
반면, 국책연구기관 이재준 KDI 연구위원은 현 경제상태를 "물가가 조속히 내려가지 않는 정도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말할 수는 없다"면서 "물가 역시 대외요인만 없다면 안정국면을 찾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즉 그는 "경기둔화 우려는 있지만 고물가가 지속돼 스태크플레이션 상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