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이란 제재 앞두고 고민 커지는 한국정부

16일 이란제재 미국대표단 방한
17일 워싱턴 한·미·일 북한관련 고위급협의

입력 : 2012-01-16 오후 4:16:47
[뉴스토마토 송종호기자] 북한 핵문제와 이란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당국과 미국정부의 행보가 분주하다.
 
우선 16일부터 2박 3일간의 일정으로 서울에서는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대북·대이란 제재조정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외교통상부는 물론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등 원유 수입과 관련된 부서들과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아울러 17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이 참여하는 3자 고위급 협의가 진행된다. 이번 협의를 통해 3국은 북한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국제사회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요구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미국 대표단 일정과 북한 핵 문제를 두고 한·미·일 3국의 고위급 협의가 동시에 열리는 만큼 한·미 간의 대화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우리 정부는 이란 핵개발 등과 관련된 단체 99개와 개인 6명을 추가 금융제재대상로 선정하면서 "이란 제재추가조치로 원유수입에는 지장이 없다. 원유나 석유화학제품 수입금지 등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달이 지나지 않아 이란산 석유수입 조정이 불가피한 입장을 표명해 미국 압박의 강도를 방증하고 있다.
 
즉 최악의 경우 우리나라가 이란산 원유 전체를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폭과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는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서울과 워싱턴에서 이란핵과 북한핵문제를 두고 동시에 고위급 협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압박을 못이긴 한국 정부가 여론환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란 원유수입 제재의 근거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당장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중단되는 것은 아니라고 했던 정부가 입장을 돌리기 위해 북한핵문제와 연관시켜 여론의 부담을 덜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선임연구원은 "이란산 석유 비율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일관된 입장과 같은 맥락에서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 제재에 동참한다면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을 압박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라며 미국의 고강도 압박 수위를 해석했다.
 
국내 대학의 한 교수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 핵문제와 이란 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했다는 치적을 만들고 싶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이란제재와 관련 북핵문제는 한·미 양국 정부에 무시못할 변수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우리 정부가 양보만 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한 이해관계와, 북핵문제 해결이 필요한 미국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우리 정부는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에 따른 우리 경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유보(waiver)조항'을 주장했지만 유럽연합(EU)과 일본 역시 이란 제재에 동참하면서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정부의 유연한 대응이 약속된다면 이란산 원유를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국방수권법 적용을 유예받거나 예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미국측에 요구할 수 있다. 또 이란 외 지역으로 석유 수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실제 중동을 순방중인 김황식 국무총리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오만을 통해 에너지의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국 서울과 워싱턴 협의를 통해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하면서도 국방수권법 시행과정에서 우리 경제에 미칠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정부가 북핵과 이란 핵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을지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기꺼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신화 고려대 교수는 "정서적, 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이란을 제재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우리 정부가 미국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올해 대선을 앞둔 미국이 북핵과 이란핵을 동시에 타결하려는 입장이 있다해도 우리 역시 선거가 있기 때문에 미국 요구에 응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보수정부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어 정책 카드를 꺼내기가 자유롭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란 제재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은 이래저래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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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