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우리나라 국민들 26%가 아동대상 성범죄를 살인죄 보다 더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는 24일 일반인 1000명과 판·검사, 변호사, 형법학 교수 등 전문가 900명을 상대로 지난해 11월14일부터 12월9일까지 실시한 양형기준 및 양형정책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결과에서는 특히 성범죄에 대한 일반국민과 전문가들의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나 주목된다.
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강간범죄와,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범죄의 경우 어느 범죄를 더 중하게 처벌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일반인인은 26.1%가 강간범죄를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고, 똑같이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도 38%에 달했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국민들 64.1%가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간죄를 살인죄 보다 더 중한 범죄로 인식하거나 최소한 살인죄와 동등한 범죄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문가들의 경우 강간죄가 더 높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61.1%, 똑같이 처벌받아야 한다는 답변은 18.9%로, 살인죄가 더 중하게 처벌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아 일반국민들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였다.
이같은 결과는 그동안 '도가니 사건' 등으로 인해 아동대상 강간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법감정이 매우 엄격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양형위원회 관계자는 설명했다.
또 안면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인 상대를 강간한 경우에 대해서도 일반 국민은 징역 5년 이상의 실형(37.4%)을 적정형으로 가장 많이 선택했으나 전문가들은 징역 2~3년 이하의 실형(54.3%)을 적정하다고 답변해 차이를 보였다.
피해자와 합의한 경우에도 전문가들은 징역 2~3년 이하의 집행유예가 타당하다는데 62.8%가 동의한 반면, 일반국민들은 58.2%가 2년 이상의 실형에 처해야 한다고 답변해 합의가 있었더라도 강간범은 엄벌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의붓아버지가 딸을 성폭행 한 것 처럼 친족관계에 있는 여성을 강간한 경우에도 일반국민들과 전문가들의 견해는 차이를 보였다. 일반국민의 경우 징역 7년 이상의 실형을 압도적으로 지지(48.6%)한 반면, 전문가들은 다수가 징역 2년~3년6월 이하의 실형(42.1%)을 적정형으로 꼽았다.
또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에 대해서는 합의가 될 경우 전문가들은 집행유예를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으나 일반국민은 약 65%가 합의 여부와 상관 없이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살인·뇌물·위증 범죄 등 성범죄 이외의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국민과 전문가 사이에 별다른 인식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한 범죄군에 대해 최근 인터넷 SNS 등의 발달로 인해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명예훼손 및 모욕범죄’를 가장 높은 비율로 지목했으며, 이어 '변호사법위반범죄', '부정수표단속법위반범죄', '환경범죄'도 양형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답변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일반국민의 의견을 반영해 이달 30일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정 수정 의결할 예정이며, 이 외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이나 수정 및 새로운 대상범죄를 선정하는 데 이번 설문조사의 결과를 적극 반영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