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드럼세탁기의 특허권을 두고 약 6년간 계속되어 왔던 LG전자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법정소송에서 대법원이 사실상 LG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LG전자가 대우일렉트로닉스의 세탁기 24개 모델이 자사의 특허기술을 침해했다며 낸 특허권침해금지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사건의 핵심쟁점은 특허발명이 등록무효심판 절차에서 등록무효로 확정되기 전 침해소송법원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등을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번 판결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돼 특허가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하므로 LG전자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허발명에 대한 무효심결이 확정되기 전이라고 하더라도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되어 그 특허가 특허무효심판에 의하여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한 경우에는 그 특허권에 기초한 침해금지 또는 손해배상 등의 청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지 않는다"며 "특허권침해소송을 담당하는 법원으로서도 특허권자의 그러한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항변이 있는 경우 그 당부를 살피기 위한 전제로서 특허발명의 진보성 여부에 대하여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신규성은 있으나 진보성이 없는 경우까지 법원이 특허권 또는 실용신안권 침해소송에서 당연히 권리범위를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한 종전의 대법원 판결은 이번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 내에서 변경됐다.
LG 전자는 자신들이 특허발명한 '드럼세탁기의 구동부 구조'와 '세탁기의 구동부 지지구조'를 대우일렉트로닉스가 침해해 세탁기를 제조·판매했다는 이유로 제품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남아있는 제품을 폐기함은 물론, 88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소송을 지난 2007년 7월 법원에 냈다.
이들 기술은 LG 드럼세탁기의 핵심기술로, 드럼세탁기에서 모터와 드럼을 연결하는 축의 길이를 단축시켜 드럼세탁기의 딘종을 감소시키는 기술이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LG전자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특허권 침해를 금지하고 특허권을 침해해 생산한 제품을 모두 폐기하라고 명령하는 동시에 17억여원의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으나, 2심 재판부는 "LG전자의 특허발명은 진보성이 부정되어 특허가 무효로 될 것이 명백하므로 이 권리에 근거해 침해금지 등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LG전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이에 LG전자가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침해소송법원에서 특허발명의 진보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로 특허권자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상반된 취지의 대법원판례가 병존해 오고 있었으나 이번 판결은 이같은 견해들을 통일해 대법원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이라고 설명하고 "진보성이 부정되는 특허발명에 기초한 무분별한 특허권 행사를 억제하고 실질적 정의와 당사자들 사이의 형평 및 소송경제를 도모한 데 그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