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가 대법원 앞에서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결정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전공노 법원본부)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사법 관료제도의 개선과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다. 사법개혁을 위해 전념하겠다."
최근 법관 연임심사에서 근무평정 등의 문제로 탈락한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42·사법연수원 29기)가 사법개혁을 위해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서 판사는 퇴임을 이틀 앞 둔 15일 뉴스토마토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현재 번지고 있는 판사회의와 사법개혁 문제, 법원을 나가 변호사가 된 뒤 그려갈 앞으로의 청사진을 담담하게, 그러나 힘주어 밝혔다.
그는 현재 판사회의의 주요 안건이 되고 있는 연임심사에서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문제는 단독판사들 뿐만 아니라 현직 부장판사들도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판사회의의 전국적 확산과 사법파동이 올 가능성에 대해서는 곧 단행될 정기 인사로 쉽게 전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 판사는 또 변호사로 개업한 뒤 사법개혁을 위해 사회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만나 폭 넓은 논의를 하고 싶다고 여러번 강조했다.
법관 인사에 대해 반기를 든 평판사에서 사법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우고 있는 서 판사로부터 현재 사법부의 문제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다음은 서 판사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지금 번지고 있는 판사회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현재 일단은 연임심사 과정에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근무평정의 문제, 즉 근무평정이 비공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의제기와 소명절차가 없다. 그리고 상향식 평가가 없기 때문에 법원장의 평정이 과연 객관적으로 이뤄지는 지도 의문이다. 또 한 가지는 (평정이)상대평가에 불과한데 이것을 연임심사에 연결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문제가 있다. 이런 것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 있기 때문에 판사회의가 가능한 것이다. 지금 단독판사회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장판사들도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지금의 판사회의가 사법파동으로 번질 것으로 보나?
"알 수 없다. 우선 2월27일 정기 인사가 단행되면서 판사들 상당수가 업무와 보직이 바뀐다. 거의 절반 이상 정도는 새로운 업무를 하게 된다. 그 때부터 한 달 정도는 새 업무에 적응해야 하는 등 매우 바쁘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판사회의가)계속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결국 사업파동까지 가려면 제도개선의 문제를 넘어서서 인적 책임까지 물어야 하는데. 대법원장의 책임이라든가. 그 부분은 한계다. (양승태 대법원장이)취임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데다가. 판사들이 예전에 신영철 대법관에 대해서도 거취문제를 논하기가 껄끄러웠는데. 대법원장에 대해서까지 하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
-퇴임 후 개업할 것인가.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개업을 할 것이다. 단독개업은 아니고. 일단은 법무법인 쪽으로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다만 대형 법무법인은 전혀 생각이 없다. 그 쪽에서도 오라고 하지 않을 것이지만. 대법원과 관계가 불편해지는 사람들은 당연히 나를 싫어할 것이고 그쪽은 나도 원하지 않는다.
일단 변호사로서 기본적인 업무를 안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변호사로서의 업무, 예를 들어 재판·송사 등 송무에 집중하기 보다는 법적대응 부분과 사회운동차원에서의 사법개혁 운동에 당분간 전념할 생각이다. 그래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싶다."
-정계에 입문할 생각은 없는가?
"그것은 현재 객관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직선거법상 공직자는 90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객관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생각도 없다. 내가 할 일은 그 것 보다는 사법개혁의 목소리가 높으니까 이 부분에 대해 내가 어떤 아이콘처럼 돼 있는데 그 부분에서 내가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사법개혁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점과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법관인사제도와 평정의 문제를 기초 또는 매개로 한 사법 관료제도의 개선 문제, 그 다음에 국민들이 관심이 있는 재판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국민을 위한 사법부로 거듭나기 위한 방안 등이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문제는 나 혼자 할 수도 없는 것이고 할 생각도 없다. 사회 각계 각층인사들 여러분을 만나 논의를 모아보려고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으로 대응할 것을 밝혔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헌법소송 내지는 행정소송 등의 추진, 아마 그렇게 될 것이지만, 법률지원단 모임이 있으니까 정식으로 얘길 해봐서 최종 결정을 하겠다."
-곧 퇴임인데 현재 어떻게 마무리 하고 있나?
"그때 까지 판결 선고를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은 하고 하기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변경하고 이렇게 처리하고 있다."
-법원을 떠나는 소감은?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서운하거나 하는 감정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