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교도소 수용자가 외부로 보내는 서신을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교도소에 제출하도록 한 해당 법률의 시행령은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마산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신모씨가 "외부로 보내는 서신에 대해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게 한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65조 1항은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로써 해당 조항은 효력을 잃었으며, 수용자들은 외부로 나가는 서신을 교도소에 제출할 때 봉함한 상태에서 제출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해당 조항은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 수용자의 교화 및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수용자가 밖으로 내보내는 서신에 대해 봉함하지 않은 상태로 제출하도록 한 것"이라며 "이 같은 목적은 교도관이 수용자의 면전에서 서신에 금지물품이 들어 있는지를 확인하고 수용자로 하여금 서신을 봉함하게 하는 방법 등으로도 얼마든지 달성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해당 조항이 수용자가 보내려는 모든 서신에 대해 무봉함 상태의 제출을 강제함으로써 수용자의 발송 서신 모두를 사실상 검열 가능한 상태에 놓이도록 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 규범이 지켜야 할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위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내용물을 확인하는데 소요되는 인력과 재정을 감안하더라도 수용자가 입게 되는 통신비밀의 자유에 대한 침해는 매우 중대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이동흡 재판관은 "수용자에 대한 자유형의 본질상 외부와의 자유로운 통신에 대한 제한은 불가피한 것으로 피해자·증인 등에 대한 보복협박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는 점에 비추어, 해당 조항은 수용자의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다만, 무봉함으로 제출하여야 하는 수용자의 서신에 미결수용자가 변호인에게 보내는 서신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는 한도에서 헌법에 위반된다"며 한정 위헌의견을 냈다.
신씨는 사기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마산교도소에서 형을 집행받던 중 허리디스크 치료를 위해 외부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교도소장에게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신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교도소장의 처분이 부당하다는 청원서를 작성한 뒤 봉함해 제출했으나 교도소측이 이를 거부, 해당 시행령 조항에 대해 법제처에 해석을 요구했으나 법제처 역시 같은 취지로 해석하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