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소송, 김앤장이 배제되는 이유는?

아이폰 특허소송·태안 기름유출사고 소송 등에서 삼성 공격

입력 : 2012-03-01 오후 7:17: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이 형제와의 상속분쟁과 관련, 본격적인 법정 싸움이 곧 시작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12일 맏형 이맹희씨가 차명주식에 대한 상속분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을 때만 해도 삼성그룹 안팎에선 '합의 후 소 취하'라는 시나리오가 힘을 얻고 있었다. 가문 내의 문제라는 내밀성과 세간의 이목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맹희씨가 적극적인 소송의지를 밝힌데다가 삼성물산측의 CJ 이재현 회장 미행 사건, CJ의 기획소송설 등이 얽히고 설키면서 상황은 얼어붙었다. 여기에 지난 27일 둘째 누나 숙희씨 까지 맹희씨와 같은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 됐다.
 
◇담당재판부, 17일 이 회장측에 소장부본 발송
 
두 건의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2부(재판장 서창원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맹희씨가 제출한 소장부본을 이 회장과 삼성에버랜드에 각각 발송했다. 숙희씨가 제출한 소장도 곧 이 회장 등에게 발송 될 채비를 하고 있다. 이 회장측도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일찌감치 법무법인(유) 화우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맹희·숙희씨와는 달리 이 회장 측에서는 아직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물밑에서는 사건을 맡을 대리인 찾기에 분주하다는 것이 업계와 법조계의 전언이다.
 
이 회장측은 이번 소송에서 대형로펌을 대리인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09년 2월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전무(현 사장)가 부인 임세령씨와 이혼할 때에는 법무법인 남산의 임동진 변호사가 대리를 맡았다. 구체적인 수임 배경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비교적 중소로펌으로 보안유지가 수월하고 임 변호사가 실력과 덕망 있는 전관 출신인 점도 한 이유가 됐다.
 
그러나 이번 소송은 그 때와 차원이 다르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가문 내의 문제이긴 하지만 맹희·숙희씨가 청구한 금액이 워낙 거액인데다가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다른 형제자매들의 줄소송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초동 대응'을 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 소송을 많이 하고 있는 여러 변호사들에 따르면, "이번 소송으로 자칫 하면 삼성전자, 나아가서는 삼성그룹의 기업지배구조가 바뀔 수도 있다"며 "상대방인 화우 이상의 대형 로펌이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공통적인 관측이다.
 
변호사 규모로만 따졌을 때 화우급 이상의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유) 태평양, 법무법인 세종 정도다.
 
◇김앤장, 태안 기름유출 사고 때 상대방 대리
 
그러나 김앤장은 이미 스마트폰 특허소송에서 상대방인 애플의 대리를 맡아 삼성전자와 각을 세우고 있어 가능성은 많지 않은 편이다. 삼성그룹으로서는 뼈아픈 기억인 2007년 12월 충남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에서도 김앤장은 삼성중공업의 상대방인 허베이측 대리를 맡았었다.
 
태평양과 세종도 가능성은 있지만 광장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삼성을 대리해 애플과 싸우면서 가장 최근까지 손을 맞춰 온 터라 소통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광장의 큰 장점이다. 또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때도 삼성중공업의 대리를 광장이 맡았었다.
 
광장이 나설 경우 담당 변호사로 누가 나설까도 관심사다. 이번 소송의 성격은 상속회복청구권에 관한 것으로 민사분야 전문가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원고측인 화우에서 맹희씨와 숙희씨 사건을 맡은 담당변호사는 각각 12명씩 모두 24명이다. 법원장 출신 두명과 부장판사, 검사 출신까지 포진한 호화군단이다.
 
이 가운데 이주흥 변호사는 대전지법원장과 서울중앙지법원장 출신이다. 김대휘 변호사는 춘천지법원장과 의정부지법원장, 서울가정법원장 출신으로, 민·가사사건에 정통한 화우를 대표하는 변호사다.
 
유승남, 윤병철, 임승순 변호사 등이 각각 서울서부지법, 수원지법, 서울행정법원에서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차동언 변호사는 대구고검 검사, 강호순 변호사는 청지지검 검사 출신이다.
 
◇광장, 서정우·권광중·유원규 변호사 거론
 
이 회장측이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택할 경우, 담당 변호사로 나설 가능성이 있는 변호사로는 특히 서정우, 권광중, 유원규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서 변호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법원 수석 재판연구관 출신으로 민·형사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권 변호사도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과 광주지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역임한 민사 분야의 원로이다. 유 변호사는 서울가정법원장과 서울서부지법원장을 역임한 법원장 출신으로 가사와 민사에 두루 능하다.
 
이와 함께 올 2월에 서울고법 민사합의 28부 부장판사를 마지막으로 퇴임해 광장에 합류한 장성원 변호사도 재판실무 대응 강화 차원에서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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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