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나경원 전 새누리당 의원 남편의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 경찰이 청탁을 받았다고 공개한 것으로 알려진 박은정 검사(40·여·사법연수원 29기)를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나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판사(49·21기)가 입을 열지 세간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경찰의 이번 수사 결정은 지금까지 침묵으로 일관해 온 김 판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 검사에 이어 수사가 김 판사에게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찰은 5일 "김 판사에 대해서는 박 검사에 대한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박 검사 조사결과 보고 김 판사 조사여부 판단"
'기소청탁 의혹'과 관련, 김 판사가 침묵으로 고비를 넘긴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김 판사가 나 전 의원을 비방한 네티즌의 기소여부를 두고 검찰측에 청탁을 했다는 의혹이 처음으로 제기된 것은 지난해 10월24일로, 나 전 의원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후보로 선거를 앞둔 상태였다.
당시 팟캐스트 라디오 '나는 꼼수다(나꼼수)' 패널인 주진우씨(시사인 기자)는 "나 전 의원의 남편 김 판사가 나 의원이 판사시절 이완용 후손의 땅 찾아주기에 앞장섰다고 주장한 네티즌을 기소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나 전 의원측이 주씨를 즉각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했지만 김 판사는 침묵했다. 다만, 당시 나 후보측이 “당시 나 후보는 담당 판사가 아니었고, 주 기자가 청탁을 주장했다는 시점에 김 판사는 외국 유학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청탁전화를 받았다는 당사자로 박은정 검사의 실명이 공개된 이번에도 나 전 의원이 직접 나서 비슷한 해명을 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은 김 판사가 박 검사에게 전화를 했는지에 대해서는 말이 없었다. 물론 김 판사는 이번에도 입을 다물고 있다.
◇김 판사 '침묵 일관'은 신영철 대법관의 '버티기' 전략?
김 판사의 이같은 '침묵 일관' 태도를 두고, '촛불재판 개입' 의혹이 불거졌던 당시 당사자인 신영철 대법관이 썼던 이른바 '버티기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 대법관은 2009년 3월, 자신이 서울중앙지법 재임 때인 2008년 11월 '촛불재판'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 10여명에게 '야간집회 관련'이라는 제목으로 '정기 인사가 있는 2월 전에 재판을 마쳐 달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내 재판에 개입한 의혹을 받았다. 신 대법관이 2009년 2월18일 대법관으로 임명된 직후였다.
이후 신 대법관은 사법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이 진상조사단을 꾸려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판사 20명에 대해 진상을 조사에 나섰을 때도, 박재영 판사 등 일부 단독판사들이 자신의 재판개입에 항의하는 뜻으로 법복을 벗었을 때도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다만, "법원장으로서의 정상적인 사법행정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해명했을 뿐이다. 형사단독판사들이 진상조사단의 조사를 받던 날 같은 법원의 다른 단독 판사들은 "사법부 치욕의 날"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촛불재판' 개입 의혹 조사..단독 판사들 "사법부 치욕의 날"
신 대법관은 이어 당시 허만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와 함께 진상조사단으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재판개입 소지가 있다는 진상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회부되고, 같은 해 5월12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엄중경고 및 유감표명'을 할 때도, 자신으로부터 촉발된 전국적인 법관회의가 대규모로 일어났을 때에도 그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후 사태는 결국 진정되고 신 대법관은 현재 대법관직을 수행 중이다.
김 판사는 현재 언론과의 접촉을 끊고 있다. '나꼼수'가 최근 의혹을 제기한 이후 그가 현재 근무 중인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가 면담을 했을 뿐 법원측에서도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기소청탁' 의혹 당시 김 판사는 서울서부지법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동부나 서부 어느 법원에서도 입장을 표명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민 알권리 충족' 차원, 김 판사 입장 밝혀야
재경지역의 한 판사는 이번 사안과 관련, "김 판사로서도 단독으로 입장을 밝히기에는 절차적인 문제가 있을 순 있겠지만, 국민의 알 권리 충족 차원에서는 가능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법원과 검찰 안팎에서도, "박 검사의 사임 의사 발표와 나 전 의원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사안은 안개속"이라는 지적과 함께 "경찰 조사결과를 기다리기 보다는 김 부장판사가 해명에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