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편지 신명씨가 홍준표 의원을 고소한 이유는?

가짜편지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배후세력 밝혀야 해결

입력 : 2012-03-13 오후 12:48:24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이른바 '김경준 기획입국설'의 유력한 근거로 활동된 '가짜편지'를 쓴 신명씨(51)가 4월5일 의혹을 모두 밝히겠다고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신씨가 홍준표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58)를 고소한 사건도 주목받고 있다.
 
◇"전과자 가족 운운하며 명예훼손"
 
신씨는 지난 해 6월12일 홍 전 대표를 모욕죄 및 명예훼손죄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소장에서 신씨는 홍 전 대표를 향해 “‘기획입국설’의 총 기획자이자 거짓편지 작성을 사주한 총 책임자격인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또 “홍 대표가 ‘가짜 편지’에 대해 ‘전과자가 양형이나 감해달라고 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양형도 감해주지 않으니까 전과자 가족들이 나서서 뭐라고 하는 것’이라고 허위사실을 적시해 나를 모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가짜편지 건을 폭로한 것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그로 인해 관련자들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다가 뒤늦게나마 진실을 털어 놓은 것”이었다며 “그러나 홍 전 대표는 나의 폭로가 자신에 대한 사적인 감정 때문이라는 식으로 사실을 호도함으로써 폭로사실의 신빙성을 깎아내리고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이어 “형(신경화씨)이 2008년에 유죄확정판결을 받고 이미 교도소에서 약 3년의 형기를 보낸 마당에, 양형을 감한다는 것은 이미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며 “사건 후 3년이 지난 이제 와서 형에 대한 양형이 감해지지 않았다는 점에 불만을 가질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신씨가 이렇게 주장한 데는 이른바 ‘가짜 편지’를 작성하기에 앞서 경화씨의 감형 자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과, 경화씨를 미국으로 보내주겠다는 얘기는 홍 전 대표가 ‘기획입국설’을 주장한 뒤에 나온 것임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은사가 불러준대로 쓴 편지가 기획입국설 증거로 둔갑"
 
신 씨는 뉴스토마토에 보낸 별도의 문건에서 “처음에 편지 쓸 당시에 아무 조건 없이 뭔지도 모르고 단지 양승덕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쓴 거고 당시에 형(신경화씨)의 감형 자체는 언급도 없었다”며 “나중에 대선이 끝나고 나서 윗선에서 검찰 조사 전에 형을 미국으로 원상복귀시켜 줄테니 ‘형 신경화가 쓰라고 했다’라고 윗선에서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양씨는 신씨의 학창시절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준 인물로, 신씨는 양씨가 ‘은인’이었다면서 양씨의 가짜편지 작성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씨는 ‘가짜편지’와 관련, 홍 전대표가 지난 해 3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한 해명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홍 전 대표가 ‘아침에 나오니까 편지를 누가 갖다 놨더라’고 했지만 2007년 11월9일 과천청사 앞에서 양 선생님을 만나 건네받았고, 지시한 대로 내 자필로 베껴 쓴 뒤 다시 건넸는데 한달 후 ‘김경준 기획입국 증거물로 둔갑했다”고 밝혔다.
 
이어 “양 선생님 말에 의하면, 당시 대선 캠프에서 지시편지를 만들었고, 법률팀에서 법적인 문제를 확인 후 양 선생님에게 보낸 것이었다”며 “홍 전 대표 말대로라면 자기가 지시편지를 만들고 자기가 책상에 올려놓은 것임을 공표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또 홍 전 대표가 ‘가짜편지’의 진위에 대해 검찰에 고소나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뢰 당시는 대선 전이라 자작극이 들통 나면 무고가 될 수 있어 수사의뢰, 즉 진정한 것”이라며 “당시 검찰 관계자가 그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앞뒤 모순되는 홍 전 대표의 해명
 
홍 전 대표는 2007년 12월14일 ‘가짜편지’를 공개한 뒤 검찰에 편지를 넘기고 수사를 의뢰했으며, “처음에는 편지를 보고 의아했지만 기획입국설과 관련됐다는 것을 알고 신빙성을 따져 보기 위해 수사의뢰했고, 고소나 고발을 하지 않은 것은 전과자(신경화)의 말을 믿기 어렵고 내용이 불명확해 수사의뢰한 것이 전부”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같은 홍 전 대표의 해명은 앞뒤가 모순되는 측면이 있다. 대선을 불과 6일 앞둔 시점에서 신빙성이 의심스럽다는 그 편지를 증거로 당시 참여정부의 청와대와 여당이 김경준씨를 기획입국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홍 전 대표의 말대로 책상위에 있었다는 그 편지의 신빙성이 의심스러웠다면 무책임하게 청와대의 기획입국설을 제기, 선거에 활용할 게 아니라 곧장 수사를 의뢰하는 게 순서에 맞기 때문이다.
 
한편 신씨는 편지 조작에 윗선 개입이 없다는 홍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서도 “양 선생님에게 당시 대선캠프 특보 김병진씨가 시켜서 나에게 조작편지(가짜편지)를 쓰게 한 걸로 알고 있다. 따라서 조작 편지 지시 윗선은 결국 홍 전 대표”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이달 말쯤 귀국 예정으로, 4월5일 검찰에 출두해 ‘알려지지 않은 배후 한 사람 등’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홍 전 대표에 대한 추가 주장도 나올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신씨가 그 당시 상황을 오해를 하고 있든,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든, 신씨가 영문도 모르고 은사의 부탁을 받고 작성한 편지가 당시 청와대가 정치공작 차원에서 김경준씨를 입국시켰다는 유력한 증거로 활용된 이상, 그 가짜편지를 만들게 된 경위와 배후세력에 대한 규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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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