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진규기자] 일본 혼다자동차의 준중형차인 시빅 하이브리드가 미국서 연비 과장광고 혐의와 관련 1억7000만달러 배상 조정 결정이 내려진 가운데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시빅 하이브리드에서도 이런 결정이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혼다에 따르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지방법원은 시빅 하이브리드 구매자들이 광고보다 낮은 연비와 관련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구매자 1인당 100~200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하는 조정안을 승인했다.

 

 

혼다는 미국에서 한번 주유로 650마일을 주행할 수 있다는 광고를 냈다. 미국 공인 연비가 21.3km/ℓ에 달한다는 것인데, 구매자들이 측정한 실 연비는 12~13km/ℓ로 리터당 8km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국토부 관계자에 따르면 연비 저하 문제는 하이브리드 배터리 방전 문제에서 발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빅 하이브리드가 최초 제시한 연비 21.3km/ℓ가 나오려면 배터리 용량을 풀사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방전 문제가 발생하자 혼다가 판매된 차량에 대해 리프로그래밍을 실시해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비가 저하됐다는 것. 혼다가 다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낮아진 연비로 인증을 받자, 시빅 하이브리드 구매자들이 차에 결함이 있는 것 아니냐며 집단 소송에 나서 이번 조정 승인까지 이어졌다.

 

결국 당초 개인 구매자가 낸 소송과 관련해서 맞소송에 나섰던 혼다가 20여만명이 제기한 집단소송에는 손을 들은 셈이다.

 

혼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국내에도 지난 2007년 가솔린 모델과 함께 처음 선보였다. 당시 첫 모델은 국내 공인연비가 23.2Km였고, 작년 11월에 선보인 2012년형 모델은 24.7km로 높아졌다.

 

최근 기름값이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성이 차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어, 이같은 연비에 대한 의혹이 국내에서도 불거질 수 있다.

 

이와 관련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제조 공장과 제조방식 프로세스가 국내 판매되는 차와는 차이가 있다. 또 국가인증방식이 스펙에 따라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비기준이 국내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연비는 운전자의 습관이나 거주 지형 등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점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차와 동일하게 적용할 수 없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시빅 하이브리드는 2007년 첫해 163대가 팔렸고, 2008년 260대, 2009년 134대, 2010년 43대, 2011년 20대, 올해는 지난 2월까지 7대가 팔리는 등 지난달까지 총 627대가 팔렸다.

 

미국과 비교할 때 구매자 수가 많지 않고, 이같은 연비에 대한 불만이 소송으로 번진 사례가 없다. 하지만 이번 미국 법원의 조정 결정으로 국내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연비 측정은 지경부 산하 국가공인시험연구원인 자동차부품연구원, 에너지기술연구원, 석유품질관리원에서 실시하고 있다. 이 결과를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공인 연비로 확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