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결과, 전문가와 여론조사기관 운명 가른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망신살..총선결과에 운명 달려있어

입력 : 2012-04-10 오후 4:35:08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4.11총선을 하루 앞둔 가운데 소위 '정치평론가'라는 타이틀을 가진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의 운명도 총선 결과에 따라 극명하게 갈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실제 결과와 엄청난 차이가 나는 각종 분석과 예측을 한 탓에 신뢰도가 추락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같은 결과가 반복될 경우 '전문가'라는 타이틀 자체를 박탈당할지도 모르는 처지다.
 
여론조사기관의 경우 이미 지난 지방선거 이후 각종 질타가 쏟아지면서 여론조사 발표에 제도적으로 제약을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어 이번 총선 결과에 운명이 걸려있다고 할 수 있다.
 
◇2010년에 무슨 일이 있었나?
 
모 여론조사기관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이 서울, 경기, 부산, 대구, 울산, 경남, 경북, 충북, 강원 등 9곳에서, 민주당이 인천, 충남, 광주, 전남, 전북 등 5곳, 선진당 대전 1곳, 제주에선 무소속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영남과 호남은 사실상 예측 자체가 필요없는 곳임을 감안하면 실제 예측으로서의 의미가 있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충남과 충북, 대전, 강원, 김두관 후보가 두각을 나타낸 경남 등 8곳이었다.
 
하지만 이 여론조사기관은 충북, 강원, 경남에서는 완전히 빗나갔다. 그리고 서울과 경기 등 대부분의 지역에서도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생겨 신뢰도가 바닥에 추락했다.
 
강원도의 경우 여론조사결과와 실체 득표율 사이에는 무려 20%에 가까운 오차가 생겼다. 여론조사에서는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두 자리 수의 큰 비율로 이기는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 결과는 10%에 육박하는 차이로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승리를 거두었다.
 
서울의 오세훈-한명숙 후보간에는 참담할 정도의 결과가 나왔다. 당시 20개에 육박하는 언론사, 그리고 이 언론사들과 짝을 이룬 각 여론조사 기관들은 16~20% 정도의 큰 표차로 오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0.6%에 불과한 표차이였다.
 
각종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전문가들도 다르지 않다. 이들 역시 기본적으로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을 하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은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은 이번 총선 투표율을 50% 초반에서 60% 근처로 예상했다. 사실 이런 예측은 의미가 없기도 하다. 역대 투표율을 보면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예상해볼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여론조사기관들은 대체로 55%의 투표율을 최대치로 잡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분석은 2007년 대선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민심 흐름을 도외시한 분석으로 보인다.
 
우선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투표율이 54.5%였다. 이는 직전인 2006년의 51.6%, 2002년의 48.8%와 비교하면 상승세에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
년도 94년 1회 98년 2회 2002년 3회 2006년 4회 2010년 5회
투표율(%) 68.4 52.7 48.8 51.6 54.5
(자료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특히 2010년 지방선거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처음으로 제기된 선거로서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등이 곳곳에서 야권연대를 추진해 치른 선거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로는 역대 두번째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고, 따라서 이번 총선에서 2010년 당시의 투표율만 유지되어도 55%에 가까운 투표율이 나온다는 이야기가 된다.
 
더구나 지방선거의 경우 역사적으로 비슷한 시기에 치른 총선과 비교할 때 투표율이 보통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 가까이 낮았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즉 총선 투표율이 지방선거보다 항상 높았다는 이야기다.
 
예외는 딱 한번 있었다. 바로 2007년 대선 직후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의 46.1%다. 이는 재보궐선거를 제외하고 역대 우리나라의 모든 선거를 통틀어 가장 낮은 투표율이었다. 이 당시 총선이 야권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한 선거였음을 감안하면 통계로서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2007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미 상당수 야권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는 바람에 역대 대통령 선거 사상 가장 낮은 투표율인 63%를 기록한 바 있다. 이같은 흐름의 연장선에서 총선 역시 자포자기하는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결국 이같은 흐름이 뒤바뀐 선거가 바로 2010년 지방선거라는 점, 그리고 역대 총선 투표율이 지방선거 투표율보다 항상 5~10% 정도 높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60%의 투표율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 원장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여러 저명인사들과 연예인들이 앞다투어 투표율 70%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투표율 60%를 훌쩍 뛰어넘는 투표율을 달성할지도 모른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망신을 당했던 여론조사기관과 전문가들이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서는 종말을 고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그 운명의 결과는 내일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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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