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선 논란 '불씨', 이명박 서울시장 당시 잉태?

경실련, 감사원에 9호선 민자사업 특별감사요구

입력 : 2012-04-16 오후 2:30:18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서울 지하철 9호선의 기습적인 요금 인상발표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번 논란이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할 당시 논란의 불씨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하철 9호선을 운영하는 서울시메트로 9호선 주식회사(9호선 주식회사)는 지난 14일 9호선 운임을 최대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을 홈페이지와 지하철 역사에 공지하고 6월16일부터 이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내용에 따르면 기본운임 1050원에 별도 요금을 받는 방식으로 일반은 500원, 청소년과 어린이 요금은 각각 400원과 250원씩 인상되는 것이다. 지난 2월25일 기본요금이 150원 인상된 점을 고려하면 넉달만에 무려 650원, 72.2%가 인상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9호선 민자사업 추진과정, 운임협약 과정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각조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9호선 민자사업 특혜 있었나?
 
지하철 9호선 지하철 사업은 지난 2000년 건설기본계획이 승인되어 2002년 4월3일 착공됐다.
 
사업 추진방식은 국가재정과 서울시 재정의 부족을 이유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됐다.
 
9호선 건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됐다. 선로건설 등 지하철 공사의 근간이 되는 토목공사는 서울시에서 비용을 부담해 세금으로 건설되었고 나머지는 민간 사업자 컨소시엄이 맡아 시행됐다.
 
이 공사에는 총 3조4768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갔으며, 이 가운데 민간사업자가 부담한 비용은 1조2000억원이다. 전체 비용의 1/3이 약간 넘는 수준이다. 결국 지하철 건설비용의 2/3는 국가와 서울시가 부담한 것이다.
 
특히 이 사업은 원래 울트라컨소시엄이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이명박 서울시장이 취임한 이후 사업자가 현대로템으로 교체됐다. 현대그룹 CEO출신인 이 대통령이 어떤 영향력을 미쳤는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또 2008년에는 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우리나라의 각종 SOC에 투자를 하고 있는 맥쿼리한국인프라가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 당시 맥쿼리에는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아들 이지형씨가 근무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경실련은 "시설 건립에 들어간 비용의 2/3를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제공받고도 이미 개통 당시부터 요금은 다른 지하철 노선과 동일하게 책정되었다"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는 엄청난 특혜와 커넥션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함을 짐작케 한다"고 밝혔다.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 논란의 불씨 되었나?
 
이번 요금 인상의 논란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에서 비롯됐다. MRG는 지난 97년 외환위기 이후 막대한 예산이 드는 SOC사업에 민자를 유치하기 위해 99년에 도입한 것이다.
 
지하철 9호선 뿐만 아니라 전국 각 지역의 경전철 등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어 2009년에는 전면 폐지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9호선처럼 이전 계약에 MRG가 포함된 경우다. 
 
특히 9호선의 경우 서울시와 ㈜서울메트로9호선 간에 운임협약을 체결하면서 교통수요 자체를 엉터리로 했다는 점이다.
 
2005년 협약 체결 당시 9호선 이용자 수요예측을 보면 하루 평균 16만명, 2006년에는 19만명, 2011년 22만명, 2015년 25만명으로 계산했다. 이를 토대로 9호선에 적자가 생길 경우 서울시가 보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수요예측은 완전히 '뻥튀기'로 결론난 상태다. 20만명은 고사하고 15만명도 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수도권 인구 자체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무작정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제하에 수요를 예측한 결과다.
 
이 때문에 적자는 불가피한 상황이었고, 지하철 요금을 올리든, 세금으로 적자를 메우든, 어차피 시민들 주머니를 털어서 민자사업자의 수익을 보전해주게끔 협약이 되어 있었다.
 
특히 서울시는 2006년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 당시 강남순환민자도로 사업에 대하여는 MRG를 삭제했다. 당시 MRG에 대한 비판여론을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에 대해서는 MRG를 그대로 유지했다.
 
2005년에 작성한 협약서에는 주주들(현대로템, 맥쿼리 등)의 사업수익률 8.9%를 보장한다고 되어 있다. 서울시가 지급보증하는 차입부채 이자율도 7.2~15%로 높게 책정되어 있다.
 
서울시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2005년 협약서도 시민 부담이 너무 커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사업수익률 5%, 차입부채 이자율을 4.3%로 하향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실련도 논평을 내고 "2006년 당시 서울시가 대형민자사업에 대하여 MRG 조항을 삭제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서 환영할 일이나,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의혹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경실련은 "서울지하철 9호선 민자사업은 수많은 의문과 의혹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원이 이에 대한 감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은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감사원은 지금이라도 9호선 민자사업에 대한 실시협약서 일체와 협상과정 등을 포괄하는 특별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9호선 주식회사의 요금 인상 요구는 단순한 요금 책정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투자사업, 특히 9호선 민자사업의 실체를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파헤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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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