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 4.11 총선을 기점으로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가 물가안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하면서 잠시 주춤하는 듯 하더니 올 상반기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던 총선이 끝나자 가격 인상 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것.
지난해부터 업계는 올해 가격 인상 저해 요인으로 상반기에는 총선, 하반기에는 대선을 꼽아왔다.
응당 선거철이 되면 물가안정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세우는 후보들이 난립해 기업입장에서는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4.11 총선이 끝나고 하반기 대선 영향을 덜 받는 5월과 6월을 가격 인상 최적기로 판단해 왔다.
여전히 공정위가 맹위를 떨치고 가격 인상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갈수록 인상되는 국제 곡물가와 인건비 등을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
주요 인상 품목을 살펴보면 고추장, 참치캔, 즉석밥, 카레, 인스턴트 죽, 과자, 커피, 치킨, 두유 등 대부분 서민들의 생활필수품이 대부분이다.
지난 3월 대부분 식품기업이 인상 요인은 있지만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는 업계의 의견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 식품기업들은 이윤활동이 목적인 기업입장에서 손해를 보고 장사를 할 순 없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 국제 곡물가격이 2006년 이전에 비해 최대 170% 인상됐다. 올 1분기 이후 안정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 동안 가격 인상을 자제하면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는 것이다.
또 식품의 특성 상 주택이나 자동차, 보험 등에 비해 소비가 잦고 가격인상에 대한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높아 오히려 차별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항변한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물가안정을 목적으로 잦은 공정위 조사가 계속되면서 일상적인 업계 모임이 담합을 의심하는 행동으로 오해받는 상황까지 왔다"며 "그래도 예전에는 경쟁 관계라도 지속적인 모임을 통해 업계 분위기가 화목했었지만 이제는 그런 재미도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의 압박과 비판적인 여론에도 가격 인상 러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 눈치만 보고 있던 상황에서 물꼬가 터져 가격 인상을 위한 환경은 조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 달 간 가격 인상을 인상한 대부분의 기업이 해당 품목의 선두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발업체의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집중포화는 면할 수 있어 가격 인상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아울러 올해 실질적으로 가격 인상이 가능한 기간이 6월까지 40여일 정도 남은 만큼 기업입장에서는 실적 개선을 위한 마지막 시도로 판단할 수 있다.
올 상반기까지 남은 40여일, 정부의 압박과 비판적인 여론을 이겨내고 가격을 인상할 다음 업체는 누가 될지 국민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