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가 확대되면서 청와대가 다시 진땀을 흘리고 있다.
김세욱 청와대 총무비서실 행정관(58)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56·구속)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친형에게 부당한 이득을 얻게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0년 말 김 행정관으로부터 형의 병원을 되찾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법정관리 중인 경기 용인시의 S병원을 160억원에 매입한 뒤 김 행정관의 친형에게 60억원에 되팔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행정관과 김 회장 사이에 부정한 청탁이 오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김 행정관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출신인 김 행정관은 서울시청에서 9급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으나 2007년 명예퇴직해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이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해왔다.
청와대는 김 행정관이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21일 김 행정관을 대기발령 조치했다.
지난 20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윤진식 새누리당 의원(66)도 청와대 출신으로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됐다.
윤 의원은 2007년 12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투자유치TF팀 팀장으로 활동했으며,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과 대통령실 정책실장으로 근무했다. 현재는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71)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청와대 인사들이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된 것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55)은 감사원과 금융감독원 관계자에게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감사 등의 편의를 봐 달란 청탁과 함께 대가로 현금 1억1500만원과 150만원 상당의 드라이버 골프채 2개,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0월16일 구속 기소됐다.
김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억114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해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수석에 한발 앞서 구속 기소된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도 저축은행 비리에 연루돼 유죄판결을 받았다.
김 전 비서관은 18대 총선 전후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윤여성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6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억5000만원을 선고받았다.
김 전 비서관은 이 외에도 인천의 한 환경오염방지시설업체 대표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4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으며, 1심에 불복 항소한 상태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살펴보면 저축은행 비리가 터질 때마다 청와대 인사가 연루되어 있었다. 이번 3차 저축은행 영업정지에서도 김 행정관 외에 또 다른 청와대 인사의 연루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안팎의 중론이다. 김 회장을 비롯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50·구속) 등 나머지 3개 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