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검찰이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과 관련,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에 대한 소환조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4일 “정 실장이 서면 답변서를 보낼 경우 내용을 확인한 후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정 전 실장이 서면답변서 마저 내지 않을 경우엔 “그 때 가서 결정하겠다”고 말했지만, 추가 서면질의 외에 소환할 방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 부장)은 지난달 31일 정 전 실장과 임태희 전 청와대 대통령실장에게 서면조사서를 보냈다.
정 전 실장은 민간인 불법사찰이 자행된 시기인 2008년 6월~2010년 7월 대통령실 실장을 역임했다. 현재까지 폭로된 문건이나 여러 정황상 민간인 불법사찰 상황이 정 전 실장에게 보고됐거나 정 전 실장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되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정 전 실장에 이어 2010년7월부터 2011년12월까지 대통령실 실장으로 근무했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지난 2010년 9월 '민간인 불법사찰' 1차 수사 과정에서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 등에게 금일봉을 전달한 사실을 밝혀냈으며, 이 돈이 입막음용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임 전 실장에 대한 소환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정 전 실장에 대한 소환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임 전 실장도 소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같은 검찰의 행보에 ‘보여 주기식 수사’ 아니냐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정 전 실장과 임 전 실장 모두 청와대를 떠나 있는데다가 의혹들도 굵직굵직 한 것이어서 직접 소환 필요성은 충분하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분석이다.
때문에 “필요할 경우 소환한다”는 것이 검찰의 방침이지만 서면조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검찰은 두 전직 대통령실장에게 서면 답변서가 도착하는 대로 비선 보고와 증거인멸시 자금 지원체계 등에 대한 관련성을 분석하고 수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와 함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조만간 추가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피의자 신분인 박 전 차관은 이상휘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통해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입막음용 돈 700여만원을 건네는 등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에 깊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불법사찰 당시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던 권재진 법무부장관에 대한 조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