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 공석 1년..대법원 보다 더 심각한 헌재

9월에 4명 퇴임..최악의 경우 심리기능도 마비

입력 : 2012-06-26 오후 6:04:03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19대 국회가 원구성조차 못한 채 한달 째 공회전하면서, 신임 대법관 임명절차가 지연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야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는 나몰라라 하면서 당리당략만 챙기고 있다는 비판도 높다.
 
그러면서 벌써 1년째가 되고 있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공석 사태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18대 국회 당시 민주통합당은 2011년 7월10일 임기가 만료되는 조대현 재판관의 후임으로 조용환 변호사(53·사법연수원 14기)를 후보로 추천했다.
 
국회는 같은 해 6월28일 조 변호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열었으나, 조 변호사는 끝내 재판관으로 임명되지 못했다. 조 변호사의 천안함 관련 발언을 문제 삼는 여당의 공세와 함께 잇따라 불거진 한미 FTA 비준안 처리문제로 조 후보에 대한 선출안은 상정 시도도 되지 못했다.
 
◇7월10일 공석 상태 1년
 
결국 청문회가 열린지 227일만인 지난 2월9일 선출안은 부결됐고, 별다른 후속조치 없이 헌법재판소의 8인 체제로 운영돼왔다. 다음달 8일이면 꼬박 1년째다.
 
헌재로서는 이번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공석 중인 재판관 선출에 기대를 걸었으나, 대법관 4인에 대한 인사청문회와 맞물리면서 그마저도 쉽지 않게 됐다.
 
헌재 고위관계자는 “재판관 9인의 구성은 엄연히 헌법에 정해져 있는 것인데 국회의 방기로 위헌상태가 1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국회를 강하게 비판했다.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조 변호사가 다시 재판관으로 추천될 가능성도 있었으나 조 변호사가 이를 사양하는 것으로 이미 마음을 확고히 했다는 것이 주위 인사들의 전언이다. 그는 현재 재판관 임명 때문에 미뤄뒀던 사건에 전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인 구성의 재판부라도 전원합의체 선고 등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법률의 위헌성을 따지는 위헌법률심판이나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 수단인 헌법소원심판의 인용 결정은 6인 이상이라는 정족수를 충족해야 하는데 문제가 있다.
 
헌재 관계자는 “헌재 결정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 재판부에서 재판관들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도출되는 것이어서, 재판관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9분의 1 이상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말했다.
 
◇"1인 공석..심판결과 왜곡될 수 있어"
 
그는 이어 “재판관 1인의 공석은 단지 1인의 공백이라는 의미를 넘어 심판결과를 왜곡시킬 수도 있다”며 “국회의 방기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헌재의 업무수행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고, 결국 직접적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 현재 알려진 바로는 지난해 8월 다시 심판대에 오른 간통죄에 대한 위헌성 여부 판단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건 상당수에 대한 결정이 보류된 상태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회가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에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지난 2월22일 "헌법재판관의 장기 공백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라"며 공개적인 항의서한을 국회의장 앞으로 보냈다. 그러나 이후 국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대법원이 지난 25일 대법관 임명절차 진행을 조속히 진행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6일 차한성 법원행정처장 등 대법원 고위 인사가 직접 국회를 공식 방문해 여야 원내대표를 만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9월14일 재판관 4명 퇴임
 
이와 함께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재판관 등 4명이 오는 9월14일 한꺼번에 퇴임할 예정이어서 헌재의 대규모 공백사태가 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특히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김종대, 민형기 재판관의 후임 외에 이동흡 재판관 후임은 새누리당이, 목영준 재판관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공동으로 추천하게 되어 있어 만만치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그때까지 현재 공석 중인 재판관의 빈자리가 채워질지도 불투명한데, 최악의 경우 재판관 5명이 공석으로 심리 정족수인 7명을 채우지 못해 헌재 기능이 완전 마비상태에 빠질 수 있다.
 
◇내년 1월 소장 임명 두고도 진통 예상
 
장기적으로는 헌법재판소장의 공석사태에 대한 우려도 있다.
 
지난 2007년 1월 취임한 이강국 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21일 끝난다.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명박 대통령은 새 대통령이 선출되고, 임기가 한달여 남은 상황에서 새 소장을 임명하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후보가 추천될 지,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지를 두고도 벌써부터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법조계나 정계에서는 쉽게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헌재 관계자는 “헌재 고위 관계자가 지난 25일부터 시작해 오늘과 내일까지 각 당 원내대표를 만나 헌법재판관 공석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에 대한 신속한 해결을 최대한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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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