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안드로이드 진영에 일격..그러나 상처뿐인 영광

입력 : 2012-07-02 오후 1:49:00
[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005930)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미국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애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특허소송은 애플이 삼성보다는 안드로이드 본진인 구글을 직접 겨낭했으며 법원이 애플의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점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안드로이드 천하'를 우려했던 애플의 공격에 대해 구글 진영은 이제 '연합전선'을 꾸려 반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팔 다리 삼성' 아닌 '머리 구글' 정조준
 
미 법원은 갤럭시탭 10.1에 이어 갤럭시 넥서스로 또 한번 삼성에 특허 일격을 줬다.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 모바일 전략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상징적인 스마트폰이다.
 
앞서 판매금지가 결정된 삼성 갤럭시탭 10.1은 시장에서 뜨지 못하고 있는 제품인데 반해 갤럭시 넥서스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주축 제품으로 애플이 '팔다리 삼성'이 아닌 '머리 구글'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갤럭시 넥서스는 지난주에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컨퍼런스에서 참석자 5500명 전원에게 제공될 정도로 구글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또 특허침해가 인정된 부분은 통합검색 분야이기 때문에 구글도 이번 소송으로 인해 타격이 적지않다.
 
미 법원은 '시장 점유율의 장기적 손실'이라는 이유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볼 것이라는 애플의 주장을 설득력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 막다른 길에 놓인 애플..'트로이 목마' 덥썩 
 
하지만 애플의 이같은 주장은 거꾸로 말하면 시장에서 애플의 입장이 대단히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이보다 수일 전 미 법원은 갤럭시 탭 10.1도 제재했지만 이 제품은 삼성의 주력상품도 아니고 단종이 가까워지는 제품이기 때문에 삼성이 손해볼 것은 사실상 없다.
 
마찬가지로 단종이 가까워지고 있는 8개월 된 갤럭시 넥서스를 판금시키기 위해 애플은 온갖 진을 다뺐다.
 
갤럭시 넥서스는 젤리 빈(안드로이드 4.0)이 우선적으로 탑재될 기기라서 애플이 가장 경계하는 대상으로 보이지만  정작 이 제품은 구글과 삼성이 작년 10월에 공동으로 출시했던 '비인기 제품'이다.
 
갤럭시 넥서스에 예비판금 효력을 발생하기 위해 애플은 일단 9600만 달러(약 1100억원)를 공탁해야 한다.
 
이달 말 있을 갤럭시 넥서스에 대한 본안소송 판결에서 특허침해 여부가 뒤집힐 경우 공탁금은 삼성전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데 모두 쓰이게 된다.
 
애플이 이를 잘 알고서도 거액을 선뜻 건 것은 역시 안드로이드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을 어떻게든 꺾어야할 필요를 강하게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와 특허소송을 장기적으로 벌이는 동안 이미 삼성 갤럭시S2는 수량적으로 애플보다 수백만 대가 더 팔렸다.
 
그리고 애플은 '비인기제품' 갤럭시 넥서스의 예비 판매금지를 받아내느라 분주할때 삼성 갤럭시S3와 HTC One X 예비판금 소송에서는 패배했다. 작은 것을 잡기위해 큰 것을 놓친 실수라 할 만하다.
 
◇ 구글의 '애플 특허 골목대장 만들기' 프로젝트
 
구글이 갑자기 최신 태블릿 제품인 '넥서스7'을 아수스를 통해 생산한다고 밝힌 점도 의미가 있다.
 
구글이 대표 태블릿 제품을 삼성이 아닌, 규모를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아수스를 선택한 것은 삼성이 애플의 가장 큰 경쟁업체라 애플의 모든 법적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애플과의 특허소송전을 당사자가 여럿인 난타전 모양으로 만들어 애플을 특허괴물, 특허 싸움쟁이로 각인시키기 위한 구글의 전략이 포함됐다는 분석이다.  
 
애플이 삼성과 HTC, 모토로라 등 모든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에 대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점은 이런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모토로라와의 특허소송에서 법원은 피해를 충분하게 입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애플이 모토토라를 상대로 앞으로 미국에서 비슷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판결까지 내리기도 했다.
 
애플이 시장 점유율을 잠시 끌어 올리기 위해 특허소송을 택한다 해도 '딴지만 거는 싸움꾼' 이미지를 피할 수 없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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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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