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퇴출 저축은행 회장들의 정관계 로비의혹 수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2007년 대선자금으로 번질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상득 전 의원 등 현 정권 핵심실세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저축은행 회장들이 대선직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대의 돈을 건넸고, 이 돈이 대선자금에 사용됐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금동원력도 있고 권력의 보호가 더욱 절실했던 저축은행들이 대기업들을 대신해 불법 대선자금의 출처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선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지난 2007년 대선 직전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한테서 받은 돈 가운데 수억원이 권오을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전달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의원은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유세단장을 맡고 있었다. 이 돈이 캠프 운영비에 쓰였을 개연성이 충분한 것이다.
또 이 전 의원이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한테서 받은 돈이 2억원이 아닌 30억원이라는 주장도 은행 관계자의 증언으로 나온 상태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돈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한 로비 대가의 개인적 사례비가 아니라, 아예 명목 자체가 대선자금이 되기 때문이다. 정두언 의원이 "도와준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고 하는 것도 맥락이 닿는다.
정 의원은 지난 5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받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았다. 특히 귀가할 때는 "이 정권을 찾는데 앞장섰지만, 내내 불행했다. 마지막 액땜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개인으로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런 정황들을 종합해보면, 이 전 의원이나 정 의원 등 대선캠프의 핵심 인사들이 자금 모집책 역할을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해진다. 이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도와주겠다"는 요청이 쇄도했을 것이고, 핵심 인사들이 이를 모아 캠프 파트별로 분배해주지 않았겠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 안팎에서는 과거 대기업들이 수십~수백억씩 대선자금을 제공하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저축은행이 그 역할을 대신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대기업들은 몇번의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철퇴를 맞아 비자금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지만, 저축은행의 경우 정권의 비호가 절실한 만큼 적극적으로 '보험'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고, 또 자금 여력도 대기업 못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의 수사결과를 보면, 최근 퇴출된 4개 저축은행 회장들의 은닉 재산만 6500억원에 달한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이나 박영준 전 차관이 파이시티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거액을 받은 것은 당시 이명박 캠프가 대선자금 마련을 위해 이권사업에도 적극 개입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 전 위원장은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을 대선전 경선 여론조사비용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가 곧바로 번복했으나 이 돈이 캠프자금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들 핵심 인사들이 받은 검은 돈이 대선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을 밝히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6일 “대선자금인지 여부는 해석의 문제”라며 “현재 수사에서는 저축은행의 돈이 어디로 나갔느냐 이지 어디에 썼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나중에 수사가 다 돼서 정리가 되고 용처에 대한 단서가 나오면 대검 중수부에서 이를 다룰지는 그때 가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