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후임 대법관에 대한 인사청문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퇴임하게 돼 유감으로 생각한다."
10일 퇴임하는 김능환 대법관이 파행을 거듭하며 후임 대법관 임명절차에 차질을 빚게 한 국회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그는 "저의 퇴임일자는 이미 6년 전에 정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후임 대법관 임명을 위한 절차가 마무리되기는 커녕 오늘에서야 인사청문절차가 시작되는 상황에서 퇴임하게 된 것을 무엇보다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대법관은 또 최고 사법기관의 지위를 두고 대법원과 갈등을 겪고 있는 헌법재판소를 향해 "이상한 논리로, 끊임없이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아 재판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선언하려고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 대법관의 이같은 발언은 최근 헌법재판소가 GS칼텍스에 대한 과세처분이 정당하다고 본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위헌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관은 이어 "차라리 헌법재판소가 가지는 여러 권한 중 법률의 위헌 여부의 심사권과 법원의 법률해석권한을 하나의 기관으로 통합시켜서 관장하게 하는 편이 국민 전체의 이익에 더 유익하다"며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일원화를 강하게 주장했다.
이날 같이 퇴임한 3명의 대법관들도 각자 퇴임사를 통해 사법부의 현실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는 한편 후배 법관들에 대한 당부의 말을 남겼다.
소수의견을 많이 냈고 진보성향으로 분류됐던 전수안 대법관은 "'떠날 때는 말없이' 가 제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소수의견이라 채택되지 않았다"며 "다수의견에 따라 마지못해, 그래서 짧게, 그러나 제 마음을 담아, 퇴임인사를 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관은 누구나 판결로 기억되고 저도 그러기를 소망한다"며 "몇몇 판결에서의 독수리 5형제로서가 아니라, 저 자신의 수많은 판결로 기억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전 대법관은 또 여성 법관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하면서 "언젠가 여러분이 전체 법관의 다수가 되고 남성법관이 소수가 되더라도, 여성대법관만으로 대법원을 구성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고 여성 대법관이 1명만 남게 된 대법원 현실을 꼬집었다.
전 대법관은 "전체 법관의 비율과 상관없이 양성평등하게 性比의 균형을 갖추어야 하는 이유는, 대법원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상징이자 심장이기 때문"이라며 "헌법기관은 그 구성만으로도 벌써 헌법적 가치와 원칙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출신의 안대희 대법관은 "제가 검찰에 오래 봉직했지만, 검사든 판사든 법률가로서 공정과 형평의 잣대로 정의를 구현하는 데 차이가 없다고 항상 생각했다"며 "그동안 저는 대법관으로서 대법원의 이방인이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형성하는 주체이고, 여러분들과 같은 식구라는 의식으로 저의 직무를 수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세상에서, 국민들은 법관이 마땅히 분쟁의 최후의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때에 법관의 가장 큰 덕목은 한없이 자신을 낮추어 작은 목소리도 하찮게 여기지 않는 자세"라고 후배 법관들을 향해 당부했다.
박일환 대법관도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담은 논어의 한 구절을 인용해 "선배에게 편안함을 주고 동료에게 믿음을 주고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는 법관이 되어달라"고 후배법관들에게 당부하며 33년간의 법관 생활에 대한 소회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