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대법원이 지난 26일 사퇴한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를 대체할 새 후보자 제청절차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37년간 이어져 온 검찰 출신 대법관의 명맥이 이어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27일 "검찰 출신 대법관이 임명되어 온 것은 일종의 관례로 법이나 규칙에 규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며 "'검찰 몫'이라는 것은 없으며 반드시 검찰 출신 대법관이 나와야 하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물론 법원조직법상 대법관후보추천위원으로 법무부장관이 포함되지만 이번 김 후보자 사퇴로 장관 문책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이전처럼 검찰출신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데 힘이 실리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지난 대법관 후보자 추천 명단에 여성 후보가 단 한명도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높았던 점과 지난 10일 퇴임한 전수안 대법관이 남성 대법관 일색인 현실에 대해 쓴소리를 남겼던 점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여성 대법관 후보자가 추천 될 거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대법관 후보자 추천 절차가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 시작된다는 점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후임자에 대한 제청은 추천위원들을 모두 바꾼 상태에서 완전히 새로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라며 "반드시 기존 추천자들 중에서 후보자가 나온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낙마 가능성이 제기될 때 김 후보자와 함께 추천된 안창호 서울고검장과 김홍일 부산고검장 가운데 한명이 뒤를 이어 제청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했으나 두 사람은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희망자가 없는데다가, 고위 검찰출신 변호사라도 대부분 대형로펌에 몸담고 있기 때문에 높은 수임료나 수임사건 등으로 집중될 인사청문회를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출신 대법관은 1964년 주운화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처음이다. 그러나 그가 퇴임한 1969년 이후 한동안 검찰출신 대법관이 안 나오다가 1975년 나길조 광주고검장이 대법관이 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명맥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나 전 대법관이 임기를 마친 1981년에는 정태균 전 법무부차관과 강우영 전 서울지검장 등 두명의 검찰출신 대법관이 나왔으며, 이들의 뒤를 이어 1986년에도 이준승 전 광주고검장과 이명희 서울고검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검찰 몫'이 커졌다.
그러나 노태우 정권 시절이던 1988년 김주한 전 대검 감찰부장이 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한 석으로 줄었고, 이후 한 석을 유지하며 지창권 전 법무연수원장, 강신욱 전 서울고검장, 안대희 전 서울고검장으로 이어지면서 37년간 명맥을 이어왔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김 후보자의 저축은행 관련 의혹 건은 수사 중인 사항이라 검증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새 후보자 추천은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할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르면 오는 30일쯤 추천위원들을 확정한 뒤 본격적인 후보자 인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며, 후보자 추천 접수 및 도덕성 검증 과정 등을 고려할 때 새 후보자의 대법관 임명은 빨라야 한달후 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