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배터리 결함으로 차량 내비게이션 발화사고가 난 경우 배터리팩 제조업체가 피해자가 입은 손해액의 60%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기륭전자(주)가 "배터리팩을 잘못 만들어 발화사고를 일으킨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에너테크인터내셔널(주)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손해의 60%를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발화사고는 피고가 제작한 배터리셀이라는 피고의 배타적 지배하에 있는 영역에서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도중에 발생한 것"이라며 "발화사고가 배터리셀의 제품 결함이 아닌 다른 원인 또는 중간거래업체의 설계와 제작에 관한 지시 때문에 발생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 역시 배터리셀 등에 관해 상당한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피고가 제작해 공급한 배터리셀의 결함에 관해 사전에 검사하거나 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된다"며 "이같은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을 60%로 제한한 원심의 판결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기륭전자는 미국 기업인 C사에게 차량용 내비게이션 7100대를 발주받고 2006년 3~7월까지 4107대를 공급했다. 당시 이 내비게이션 배터리팩에는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중간업체를 통해 제공한 배터리셀이 장착되어 있었다.
2006년 7월쯤 C사로부터 내비게이션 발화사고 통지를 받은 기륭전자는 C사로부터 내비게이션 환불 요구를 받고 잔여 내비게이션 2492대를 회수하면서 환불대금과 운반비 등 총 108만달러를 물어줬다.
기륭전자는 이후 발화사고 9건 모두가 배터리팩에서 발생한 것을 확인한 뒤 배터리팩 제조사인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을 상대로 C사에게 지급한 금액과 남은 제품을 팔지 못한 손해 등을 합한 금액 총 290만 달러를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원심 재판부는 "팔지 못해 남은 제품에 대한 손해액은 특별손해로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이 알 수 있는 손해가 아니었고, 기륭전자로서도 내비게이션 판매 전 배터리셀을 정밀히 검사할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했다"며 에너테크인터내셔널의 책임을 60%로 제한해 손해액 10억4700원(미화 108만달러) 중 60%인 6억2800여만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