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제38대 한상대 검찰총장이 11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꼭 1년전 이뤄진 한 총장의 취임은 순탄치 않았다. 허리디스크로 인한 병역면제를 두고는 병역의무 회피 의혹이 제기됐으며, 부친이 자신의 딸 앞으로 남긴 가평군의 임야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나오는 단골 메뉴인 '위장전입' 문제도 거론됐다. 코드인사라는 비판과 함께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인물을 굳이 총장으로 미는 이유가 이명박 대통령과 한 총장의 형이 친분이 두터워서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한 총장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자청해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섰다. 또 민간 컨설팅업체를 고용해 인사청문회를 대비한 '리허설'을 하기도 했다. 둘 다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더욱이 인사청문회장에서 가족과 관련된 의혹이 제기됐을 때에는 눈물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총수가 되겠다는 분이 눈물을 보여서 쓰겠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총장이 되겠다는 그의 열망은 그만큼 강했다.
지난해 8월12일 취임한 한 총장은 '부정부패'와 '종북좌익세력', '검찰 내부의 적' 등 3대 적에 대한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그가 이끄는 검찰은 저축은행 비리사건과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사건 등 권력형 비리사건을 파헤치며 현 정권 실세들을 사법처리했다.
저축은행 수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을 구속기소했으며, 파이시티 수사에서는 이 대통령의 정치적인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대통령과 이 전 의원 등의 후광을 얻어 '왕차관'으로 위세를 떨치던 박영준 전 기획재정부 차관도 최 전 위원장과 함께 구속기소됐다.
종북좌익세력과의 전쟁에서는 간첩 '왕재산' 일당을 적발해 재판에 넘겼으며, 북한에 밀입국해 북을 찬양하고 대한민국 정부를 부정한 노수희 범민족연합 남측본부 의장대행을 구속기소했다. 검찰문화 등 내부 단속도 감찰 강화 등으로 대과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된 또 다른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냈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에 대해 검찰은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 등 관련자 모두를 불기소처분하면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나름대로의 기준'에 따라 매입했다는 청와대 경호처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검찰은 시형씨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A4지 10매 분량의 답변서만 받았다. 일부 법조인들은 '턱도 없는 일'이라며 '짜맞추기 수사'라고 비판했다. 이 사건은 특별검사로부터 수사를 다시 받게되면서 검찰의 체면을 구겼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재수사도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명 '일심(一心)으로 충성' 문건이 폭로되는 등 청와대 연루설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관봉출처'마저도 밝혀내지 못한 채 의혹만 키웠다.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짙었던 김진모 부산지검 1차장에 대한 수사는 불과 몇시간만에 끝나 '제식구 봐주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사건은 국정조사로 넘어갔다.
2007년 대선 당시 폭풍의 핵이 됐던 'BBK 가짜편지' 사건도 한 대학 교직원의 정치적 공명심 때문에 빚어진 일로 수사가 마무리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을 불러왔다.
한 총장은 10일 취임 1년에 앞서 눈에 띄는 향후 추진 과제 두 가지를 제시했다. 그 중 "이번 대선이 역대 어느 선거보다 깨끗하게 치러지도록 선거 초반부터 수사인력과 조직을 정비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것을 두고 서울중앙지검 공안3부 신설 추진과 관련한 여러 해석이 나온다.
한 총장은 지난 8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공안3부 신설은 1부의 업무가 너무 과중해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안1부는 국가보안법 및 선거법 위반 사건을 주로 다룬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 7일 "검찰의 공안3부 신설은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는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며 공식적인 성명을 내고 강하게 반대했다.
또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려 한다는 비판과 함께 자신을 임명한 이 대통령의 임기 말에 내 놓는 '정치 검찰의 마지막 선물'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총장은 이와함께 '인재양성'을 목표로 내세우며 "서울중앙지검에 장기적으로 구글과 같은 분위기가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IT와 경제분야가 변하는 속도에 '정의'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만큼 검사들로 하여금 열린 생각을 갖게 하되 '몰입과 책임'을 동시에 부과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의미다.
한 총장의 이같은 제안은 참신하지만 '공안정국'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는 '공안3부' 신설 등이 이런 흐름에 맞느냐는 의문도 많다.
누구보다도 강한 열망으로 검찰총장에 취임한 한 총장이 과연 대선정국이 맞물린 남은 임기동안 '정치검찰', '부실수사'라는 오명을 씻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