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알뜰주유소 만들어지면 정부 '나몰라라'

입력 : 2012-08-23 오후 8:57:14
[뉴스토마토 임애신 기자]앵커: 최근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2000원대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로 돌어서자 국내 기름값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요.
 
정부가 지난 4월 기름값 안정 대책으로 알뜰주유소를 내놨지만 '알뜰하지 못한' 알뜰주유소라는 오명만 쓰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취재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금융부 임애신 기자 나왔습니다.
 
 
 
알뜰주유소라는 게 어떤 개념인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보통 운전자들이 주유소에서 넣는 기름은 S-Oil이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SK엔크린 등 4대 정유사에서 공급받는 것입니다. 그러나 4대 정유사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시장 점유율이 98%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 국내 기름값이 오르지만 막상 국제유가가 내릴 때는 국내 기름값이 내리지 않는 이유로 이같은 독과점 시장을 꼽았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한국석유공사가 국내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고, 해외에서 정제된 기름을 직접 수입해 가격을 낮추는 안을 강구했습니다. 현재 석유공사는 중부권에는 현대오일뱅크로부터, 호남·영남권에는 GS칼텍스로부터 정유를 대량 구매하고 있습니다.
 
 
 
 
앵커: 많은 양을 저렴하게 구입해서 공급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실제 시장에서는 어떤가요?
 
 
 
 
기자: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석유공사가 공급하는 석유제품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20일 기준으로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휘발유를 리터당 1952원에, 경유는 1759원에 공급한다고 통보했습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한 A대리점은 휘발유와 경유를 각각 1933원·1728원, B대리점은 1948원·1743원으로 석유공사보다 낮은 가격에 공급했습니다. 이처럼 석유공사의 공급가가 결코 싸지 않은 것은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합니다.
 
알뜰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들보다 가격이 낮은 것은 석유공사가 국내 정유사에게 대량 구매해 단가를 낮추는 방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싸게 공급하면 유명 브랜드 간판을 달고 영업하는 주유소가 반발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이 알뜰주유소에만 낮은 가격으로 휘발유를 공급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앵커: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알뜰주유소에 뛰어든 사업자들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데 이건 무슨 이야긴가요?
 
 
 
 
기자: 정부가 알뜰주유소 사업자에게 소득세와 법인세·지방세를 일시적으로 감면해주기로 했습니다. 또 기존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할 경우 시설 개선 자금과 외상 거래 자금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오는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이 법안이 상정되면 사업자들은 내년 초에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들은 빚을 안고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경우가 있습니다. 가격이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알뜰주유소를 찾는 사람이 많아 매출이 좋고, 여기에 정부의 세제 혜택까지 얹어진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이들은 당장 운영 자금이 부족한 실정이다. 초기에 저렴한 가격 때문에 매출이 증가했지만 주변 주유소도 가격 경쟁에 뛰어들면서 이점을 잃었다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매입·임차 비용을 지원하고 서울지역 사업자에 최대 5억원의 외상거래를 실시하는 등의 지원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사업자들은 각 기관에서 원하는 기준이 높을뿐더러 기준조차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알뜰주유소 석유제품 공급계약서에도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내용이 주유소의 권리로 명시되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석유공사는 모든 알뜰주유소에 외상거래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심사를 거친 후 또 다른 계약서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일단 알뜰주유소를 확대하고 보자는 식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정부가 법인세 인사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알뜰주유소 늘리기에 현안이 돼 있지만 유관기관 간의 업무 분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에너지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를 필두로 산하기관인 석유공사와 석유관리원이 함께 알뜰주유소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석유공사와 석유관리원이 소통이 되지 않은 채 정책이 진행되면서 알뜰 주유소 사업자들만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아울러 알뜰주유소에 대한 사후 조사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공사가 현장 점검에 소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석유공사는 알뜰주유소에 문제가 있거나 시설 개선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 현장조사를 실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알뜰주유소 관계자들은 알뜰주유소 초기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 때 빼고는 유관기관 사람들을 본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에 석유공사는 현장에만 나가지 않았을 뿐 인터넷을 통해 주변 환경과 운영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알뜰주유소가 시행 초기인 만큼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제대로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뜰주유소가 정부의 기대만큼 기름값 인하 효과가 없다는데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계속 확대한다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석유공사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 이채익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 열 곳에서 알뜰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이 무상표 자영주유소보다 비싼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알뜰주유소는 정유 4사보다 대체로 저렴하게 팔았습니다.
 
그러나 서울 휘발유 가격의 경우 자가폴이 1893원77전인 반면 알뜰주유소는 1894원71전으로 94전 더 비쌌습니다. 이에 대해 지경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정식 반박했습니다. 접근성이 제한되고 경쟁이 적은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를 제외한 177개 자영 알뜰주유소는 무폴 주유소보다 12~27원 정도 가격이 낮다는 것입니다. 이같은 알뜰주유소 인하 실효성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알뜰주유소가 가격 경쟁을 통해 인근 주유소의 가격인하를 유도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전국적으로 651개인 알뜰주유소를 올해까지 1000개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정부가 뚝심있게 밀고 있는 알뜰주유소가 기름값 안정화의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임애신 기자
임애신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