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정계개편 뭉개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
선진통일당의 이명수 의원과 유한식 세종시장이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변경하기로 했고, 정운찬 전 총리도 유력한 대선 후보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연대를 염두에 두며 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새누리당 경선에 불참하여 '이인제법' 적용을 피하게 된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의 향후 움직임도 관심사다. 두 사람은 경선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선 출마에 장애가 없는 상태다.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이 만들어지거나 합당과 연합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정계개편이 시도되어 왔다.
◇역대 대선 정계개편의 역사
한국 정치사를 돌아보면 대선을 앞두고 새로운 정당의 창당은 주로 대선 직전인 10월과 11월에 집중되어 있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대부분 1인 정당의 성격을 띄었다는 점이다.
1987년 13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11월에 평화민주당을 창당했다. 당시 통일민주당을 이끌고 있던 김영삼 전 대통령과 후보단일화에 실패하면서 독자 창당의 길을 간 것이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김종필도 10월30일 신민주공화당을 창당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1992년 14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통일민주당, 민주정의당,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에 반대하며 꼬마민주당에 잔류했던 박찬종 의원이 이기택 당시 총재의 당 운영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나와 신정치개혁당(신정당)을 창당했다. 신정당은 다소 빠른 92년 2월에 창당했는데, 그해 3월에 국회의원 총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현대그룹 회장이었던 정주영도 김동길, 김영삼 대통령과 충돌 끝에 이탈한 구 민정계 등과 통일국민당을 창당해 총선에 후보를 내는 한편 12월 대선에 출마했다.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서는 DJP연합으로 일컬어지는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 자유민주연합이 손을 잡는 사건이 일어났다.
상이한 이념과 정책을 가진 두 정당은 87년 이후 고착화된 지역주의 구도에서 호남과 충청이 손을 잡는 형태로 영남 중심의 신한국당과 맞서서 승리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거국내각 형태의 연합정부가 처음으로 등장하게 된 사건이기도 하다.
여기에 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후보에게 패배한 이인제 후보가 신한국당을 탈당해 97년 10월 국민신당을 창당했다.
2002년 11월에는 월드컵 열기에 편승해 인기가 오른 정몽준 의원이 국민통합21을 창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정 의원은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추진해 노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선을 앞두고 신생 정당을 만들었던 정치인 가운데 유일하게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정몽준 의원이다.
이어 2007년에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10월31일에 창조한국당을 창당해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가 결렬돼 끝까지 완주했다.
◇2012년, 또 다시 꿈틀거리는 정계
올해 대선을 앞두고서도 정계개편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치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고정 상수에 가깝다. 결국 두 정당을 중심으로 구심력과 원심력이 작동한다.
구심력이 강할수록 제3당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고, 거대 양당의 인기가 떨어질수록 원심력이 작동해 제3당이 탄력을 받는 형태다.
이미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선진통일당은 지난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게 밀리며 충청권 사수에 실패했다. 그 결과 이념적으로 겹치는 새누리당의 구심력에 빨려들어가고 있다.
이명수 의원이 새누리당으로 옮겨가게 되면 5석에 불과한 의석수는 4석으로 줄어든다. 그나마 지역구 의원은 대표를 맡고 있는 이인제 의원과 성완종 의원 두 사람만 남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비례대표 2석을 포함한 4석으로는 한국 정치에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캐스팅 보트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 기사회생의 길은 남아 있기는 하다. 바로 정운찬 전 총리의 움직임이다. 여기에 안철수 원장의 행보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정 전 총리와 이인제 대표 모두 행보가 정해지지 않은 안 원장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합종연횡을 통한 새로운 3당 창당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는 아니어서 이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다음달에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전국적 조직인 '동반성장 국민연대'를 발족한다. 또 정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학계, 법조계, 언론계 등의 인사 40여명으로 구성된 가칭 '시민의 힘'도 발족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 정치의 흐름을 볼 때 정 전 총리나 이 대표 모두 독자적인 행보로는 미래를 도모하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벗어난 원심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게 바로 안 원장이다.
이 경우에도 안 원장이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야권단일화를 추진하게 될 경우 동력을 상실하게 급격하게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친박 중심으로 개편된 새누리당에서 암중모색하고 있는 친이계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경선에 불참한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도와 미래를 도모할 것인지, 아니면 새누리당 바깥의 움직임에 따라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는 데 몸을 실을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추석이 지나 가을로 접어들면 물밑의 움직임들이 수면 위로 한꺼번에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계개편의 태풍이 만들어질지, 아니면 급격히 사그라드는 뭉개구름이 될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