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박근혜, 민생현장 누비는 문재인

입력 : 2012-09-19 오전 10:41:23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누가 봐도 이미 대통령이 된 것처럼 보이던 게 불과 몇 개월전이다. 4.11 총선에서 예상외의 과반수 승리를 거두면서 그의 앞길은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하지만 잇달아 터지는 측근들의 비리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통치시절 자행된 반민주적인 인권탄압에 대한 옹호 등으로 먹구름이 끼었다.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이야기다.
 
또 다른 한 사람은 한사코 정치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다가 그의 말처럼 '운명'을 거부하지 못해 정치에 몸을 던졌다. 유력한 차기 주자들이 즐비한 민주당에서 '친노'라는 주홍글씨 아닌 주홍글씨를 달고 경선에 뛰어들어 전승을 거두며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리고 파죽지세의 기세로 지지율이 상승해 마침내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처음으로 앞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의 이야기다.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3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이던 박 후보는 각종 악재에 발목이 잡혔고, 가능성만 갖고 있던 문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민생현장을 누비며 지지율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박 후보는 악재의 연속이다. 19일 한겨레신문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친박연대 간판으로 국회에 입성한 송영선 전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강남의 한 사업가에게 1억5천만원의 금품을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앞서 18일에는 친박계의 좌장인 홍사덕 선대본부장이 공천과 관련해 수천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탈당했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은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협박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탈당했고, 부산 지역의 친박계인 현영희 의원이 공천뇌물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잇딴 금품 추문에 이어 고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이장하는 과정에서 타살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돼 재조사 요구가 강해지고 있고, 여기에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5.16쿠데타와 유신독재에 대한 평가를 놓고도 아버지를 옹호하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사법살인'으로 불리우는 인혁당 사건에 대한 박 후보의 발언과, 박 후보의 발언을 옹호하는 당내 친박세력들의 잇단 말실수는 외연확장은 커녕 기존의 지지율조차 까먹게 만들고 있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 연승을 거두며 지지율을 높이더니,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야권 단일화의 한 축인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줄곧 뒤졌던 지지율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이후 역전에 성공했다.
 
리얼미터가 지난 8월 27일~31일 전국의 19세 이상의 성인남녀 375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할 당시만해도 안 원장이 42.9%를 기록하며 35.2%를 기록한 문 후보를 7.7%p 차이로 앞섰다. 
 
하지만 18일 리얼미터가 야권단일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에서는 문 후보가 44.9%를 얻어 34.0%를 기록한 안 원장을 10.9%p 차이로 앞섰다.
 
이어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한 양자대결 집계에서도 47.1%의 지지율을 얻어 44%에 그친 박 후보마저 3.1%p 앞질렀다.
 
박 후보가 갖가지 악재에 갇혀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는 민생현장을 누비고 있다.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인 17일에는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일반 사병들 묘역을 참배한데 이어 구로디지털단지를 방문했고, 18일에는 태풍 산바로 큰 피해를 입은 경북 성주군을 방문해 수해복구에 땀을 흘리며 재난대책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어 19일에는 홍익대에서 일하는 미화원들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민생현장을 누비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문 후보는 박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옹호발언으로 촉발된 역사 논쟁에도 비켜서지 않았다.
 
18일 경북 성주군 수해복구 현장에서 전직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지 않은 데 대해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형식적으로가 아니라, 흔쾌한 마음으로 참배할 수 있을 때가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어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과거 군부독재 권력을 뒷받침했던 공화당, 민정당이 이름만 바꿔서 지금 새누리당 아니냐"며 "그렇게 군부독재,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많은 고통을 주었고 인권을 유린했던 정치세력이 과거에 대해서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만 그게 통합"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제가 제일 먼저 박정희 대통령 묘역을 찾고 참배하겠다"고 밝혀 박 후보의 통합 행보와 차별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선이 불과 석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두 사람의 입장이 뒤바뀌고 있는 형국이지만 또 어떤 변화가 닥칠지 관심깊게 지켜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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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