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운전자가 만취상태에서 연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자발적 의사로 경찰과 동행했다면 위법한 강제연행이 아니므로 그 이후에 이뤄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은 음주측정거부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 음주측정거부) 혐의로 기소된 최모씨(49)에 대한 상고심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 동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되는 경우라면 동행의 적법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이씨를 경찰서로 동행할 당시 언제든지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한 다음 동행에 대한 동의를 구했고 이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 뒤 순순히 응한 점, 동행 후 주취운전자정황진술보고서의 날인을 거부하고 직업 등을 말하면서 '한 번만 봐달라'고 말한 점 등에 비춰보면 임의동행 요구에 따를 지 여부에 관한 판단을 할 정도의 의사능력은 충분히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같은 취지에서 이씨에 대한 임의동행이 이씨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서 적법하다고 판단한 뒤 그 이후 이뤄진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에 대해 음주측정거부죄의 유죄를 인정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2011년 3월 만취상태로 자신의 스포티지 승용차를 운전해 경기 의왕시의 한 교차로를 통과하다가 반대편에 신호대기 중이던 박모씨의 차를 들이받은 뒤 도주했다. 박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지점에서 약 602m 떨어진 이씨의 아파트 주차장에서 이씨를 발견했으며, 발견 당시 이씨는 전조등과 와이퍼를 작동시킨 상태로 운전대에 얼굴을 대고 잠들어 있었다.
경찰은 이씨를 깨워 경찰서로 연행한 뒤 음주측정을 요구했으나 이씨는 이를 거부했고 이후 이씨는 '사고 후 미조치' 및 '음주측정거부'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의 연행 과정이 절차상 위법했고 이런 가운데 이뤄진 음주측정에 응할 의무가 이씨에게 없었다며 '사고 후 미조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연행과정 전후를 살펴볼 때 동행에 임의성이 인정된다며 '음주측정거부'혐의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했다.